검찰의 적폐청산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7개월째를 맞고 있다. 지금쯤은 검찰 수사가 최고조에 달해 구체제의 낡은 유산들을 걷어내는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할 타이밍이다. 왜냐하면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상황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초부터는 지방선거 정국으로 급격히 이동할 것이다. 선거정국에서 검찰의 사정작업은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늦어도 올해 말까지가 적폐청산 작업에서의 최적의 시간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적폐청산에 시한이 따로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부패와 비리를 척결하고 낡은 관행을 바꾸는 작업은 어느 특정 시점에서 완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이뤄져야 하며 그 이후의 정부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거악’을 일소하는 작업은 임기 초에 총체적인 역량을 집중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워낙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단호한 의지와 검찰의 소명 그리고 국민적 지지가 뒷받침 돼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검찰의 적폐청산 과정을 보고 있으면 뭔가 일이 잘못 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무엇인가를 자꾸 흘리면서 여론을 보기도 하고 또 때로는 이미 했던 말이 갑자기 바뀌기도 한다. 심지어 어렵게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이미 구속된 인사들이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나기도 한다. 게다가 적폐청산의 로드맵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보니 도대체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런 와중에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5일 주요 적폐청산 수사를 “연내 마무리 하겠다”고 밝혔다. 타이밍과 의지가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지만 혹여 적폐청산 수사에 지쳐서 이쯤에서 끝내겠다는 뜻은 아닌지도 궁금한 일이다.

박근혜 정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20시간에 걸친 강도 높은 검찰 조사를 받고 7일 귀가했다.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죄질이 극히 나쁠 뿐만 아니라 국정원이 개별 의원에게 혈세 그것도 안보비용을 정치자금으로 대준 것이어서 국민적 비난은 더 커질 것이다. 물론 최 의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하니 결과는 좀 더 지켜 볼 일이다.

이쯤에서 검찰은 명확히 해야 한다. 빈 수레처럼 요란하게 하지 말고 명확한 물증과 증언을 통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가려야 한다. 뜻대로 안 된다고 사법부를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럴수록 국민은 검찰을 보며 또 한숨지을 것이다. 자칫 이번에도 검찰의 이익을 챙기려다 여론의 역풍을 맞는 일은 없길 바란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연내 마무리 발언, 그 속내가 무엇인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검찰도 이젠 성과로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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