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대표 주미대사에 "협상 파기행동 말라" 촉구
극동지역 반공전선 위해 한일협정 조기체결 추동

(인디펜던스<美미주리>=연합뉴스) 미국은 한국전쟁 와중에 한국과 일본의 국교정상화를 강력히 희망했고 1951년 봄 한일협정 1차 협상이 결렬되자 당시 딘 애치슨 미 국무장관이 직접 나서 협상 복원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트루먼 박물관이 16일 공개한 소장자료인 1952년 4월29일 애치슨 장관과 당시 양유찬 주미한국대사의 접견 대화록에 따르면 양국 협상이 재산청구권 문제로 교착되자 애치슨 장관은 협상을 깨트리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말 것을 양측에 강력히 촉구했다.

한국 측 수석 협상대표였던 양 대사는 그해 2월15일∼4월25일 도쿄에서 열린 1차 협상결과를 애치슨 장관에게 전하며 협상 장애물은 "일본의 한국에서의 재산권 요구"라며 "일본은 단순히 재산을 반환해달라는 게 아니라 현재의 적대행위(전쟁)로 인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좋은 상태로 재산이 반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일본이 이 같은 주장을 철회하지 않는 한 관계정상화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애치슨 장관은 이에 대해 "미국은 한일간의 공고하고도 우호적인 관계 구축에 상당한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으며, 양국의 관계정상화는 극동지역의 안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일협정의 의미를 강조하며 양 대사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나섰다.

애치슨 장관은 "양국의 협상이 두 나라 간의 공개적인 논쟁의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양측 모두 향후 협상이 어려워지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양국 협상에서 쟁점이 된 재산청구권 문제 논의는 당분간 유보하거나 별개 이슈로 다루고 한일 협정 협상을 계속 진행하도록 주문하면서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한일 외교관계 정상화 노력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배석한 J. 앨리슨 국무부 극동 담당 차관보도 "당분간 재산청구권에 대한 추가 논의는 유보하되, 어떠한 경우든 더 중요한 협상 결과물에 악영향을 끼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트루먼 박물관 측은 "한국전쟁 수행 중에 전개된 애치슨 장관의 입장은 공산주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극동 지역에서 한일관계를 정상화시켜 공동의 방어선을 마련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학계에서는 2차대전 후 냉전구도가 고착되면서 미국은 반공전선의 교두보 구축 차원에서 한국과 일본이 구원(舊怨)을 털고 결속할 것을 희망했고, 이런 차원에서 한일회담의 시작과 협상 과정에 미국의 의도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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