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딱 30년만의 기회이다. 이른바 ‘87년 체제’를 끝내고 제7공화국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갈 절호의 시점이라는 뜻이다. 마침 예산안 처리도 마무리 됐다. 이제는 그동안 미뤘던 가장 큰 숙제였던 개헌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도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시간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늦어도 연말까지는 큰 가닥이 잡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상황은 정치권 모두의 의지만 있다면 연말까지도 얼마든지 최종 합의가 가능하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의 길을 찾아야

문제는 개헌에 대한 당리당략적 접근이 또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국민적 요구라며 수용하는 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협상 과정에서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개헌 논의를 또 무산시킬 수도 있다. 사실 국회를 비롯해 정치권에서 이미 정리된 개헌안을 놓고 서로 머리를 맞댄다면 금세라도 접점을 찾을 수 있다. 더욱이 문 대통령까지 힘을 실어주고 있다면 거의 9부 능선까지 오른 셈이다. 최종적으로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가 관건이라 하겠다.

개헌 논의의 핵심은 ‘87년 체제’를 끝내고 7공화국을 개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행 헌법을 전면 개정해서 시대 변화에 맞도록 총체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옳다. 오랫동안 정치권과 학계에서 협의하고 논의한 개헌안도 이런 맥락에서 준비 된 것이다. 그러나 헌법 각 조항에는 현 시점에서 쉽게 합의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개념 하나를 놓고서도 첨예한 갈등을 일으킬 내용들이 적지 않다. 이런 문제까지 풀어내려면 다시 지루한 논의와 협상이 될 것이며 개헌 문제는 또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높다. 자칫 ‘개헌 연기’의 명분을 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전면개정’이라는 최선을 추구하되 논란이 커질 수 있다면 차선을 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를테면 국민기본권과 지방분권 그리고 선거제도를 포함한 권력구조 변경에 초점을 맞춰서 갈등은 최소화 하고 헌법 개정의 시급한 사항만큼은 그대로 관철시키자는 뜻이다. 물론 권력구조 변화를 놓고서도 ‘대통령 중임제’와 ‘분권형 대통령제’ 등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당리당략만 아니라면 충분히 합의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찾을 수 있으며 그마저도 어렵다면 표결로 결정하면 될 일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5일 “이번이야말로 헌정사상 최초로 국민-국회-정부 3주체가 함께 민주적 개헌을 이뤄낼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아주 적절한 말이다. 그럼에도 일부 정치세력의 음모와 정략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특히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부정적 발언도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또 다른 쪽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출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모두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우리 헌법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번만큼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개헌의 범위를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를 놓고 진솔하고 지혜로운 대화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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