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태로 세계가 우려하는 가운데 나이지리아의 니제르강 삼각주 일대에서 이를 능가하는 대규모의 석유 유출 재앙이 진행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니제르강 삼각주의 아크와 이봄(Akwa Ibom)주 등지에서는 낡은 송유관 등에서 석유 유출 사고가 일상적으로 빚어지고 있다.

그 결과 지난 50년간 니제르강 삼각주로 유출된 기름은 5억4천600만갤런(약 20억6천600만ℓ)에 이른다고 2006년 나이지리아 정부 및 환경운동가들을 위해 구성된 전문가 팀은 보고서에서 추산한 바 있다.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태 이전까지 최대 규모의 원유유출 사고인 1989년 엑손 발데즈호 사건 당시 총 유출량은 1천80만갤런(약 4천88만ℓ)이므로 니제르강 삼각주는 매년 엑손 발데즈호 사건과 같은 피해를 50년간 계속 본 셈이다.

또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태로 인한 유출량이 하루 약 250만갤런(약 946만ℓ)인 것과 비교해도 니제르강 삼각주의 석유 유출 피해는 가공할 정도다.

이 일대는 맹그로브 숲이 울창하고 생선과 어패류 등 각종 동식물이 넘쳐나는 풍요로운 늪지대였으나 거의 매주 터지는 유출 사고로 인해 곳곳이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는 황량한 장소로 바뀌고 있다.

한 지역은 다국적 석유회사 로열 더치 셸의 터진 송유관이 두 달 동안 석유를 내뿜다가 몇 주 전에서야 폐쇄되는 바람에 한때 새우과 게의 천국이었던 늪지대는 이제 검은색과 갈색으로 뒤덮인 채 죽어가고 있었다.

또 인근 아크와 이봄 주 경계 근처에서는 5월부터 수 주간 근처 연안의 엑손 모빌사 송유관에서 계속 석유가 유출된 결과 어민들은 황폐해진 바다에서 그저 기름에 검게 찌들은 어망을 원망하고 있을 뿐이다.

이 같은 사태가 빚어지는 것은 이 지역에 깔린 수천 ㎞ 길이의 방대한 송유관이 노후화되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데다, 관련 규제 또한 비효과적이거나 석유 회사와 결탁해 만들어져 감시 역할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 최대 석유회사인 셸의 경우 수천마일 넓이의 지역에서 관련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나 낡은 유정 밸브를 통해 갑자기 석유가 허공으로 솟구쳐 올라오는 등의 사고가 잦은데다 회사 측에서 이를 고치는 데만도 수 주가 걸린다고 주민들은 지적한다.

지역 환경운동가들은 석유회사들을 맹렬히 고발해왔으나 거의 효과가 없었으며, 주민들이 가끔 시위를 벌여도 지난달 엑손 모빌사 시설을 경비하는 군인이 시위 여성을 구타하는 등의 사건이 있어도 대부분은 분노한 주민들의 체념으로 끝날 뿐이다.

이에 대한 석유회사들의 입장은 가장 큰 유출 책임이 석유를 빼돌리는 절도범들에게 있다는 것으로, 셸은 유출의 대부분이 절도 등에 의한 것이고 장비 이상이나 사람의 실수로 인한 유출은 2%밖에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과 지방 관리들은 석유회사들이 자신들에 대한 비난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도둑 탓을 하고 있다고 보는데, 석유 유출 컨설턴트인 리처드 스타이너는 "나이지리아의 송유관 고장률이 다른 나라들의 몇 배나 되며 셸도 거의 매년 송유관 부식으로 인한 유출 사고가 일어난다고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재앙에 수십 년 간 시달려온 주민들은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태로 미국과 세계가 경악하고 있는 것을 신기해 하면서 자신들에 대한 세계의 무관심에 한탄하고 있다.

"그들(멕시코만 피해 주민들)이 안 됐지만 우리에게는 50년 동안 계속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우리는 국제적인 미디어가 없기 때문에 아무도 우리 신경을 안 쓴다. 우리가 얼마나 울건 여기 밖에서는 우리의 울음이 들리지 않는다"라고 아크와 이봄 주 에켓시(市)의 관리 엠만 음봉은 말했다.

한편 영국 BBC에 따르면 이번 멕시코만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심해 원유시추 작업이 멕시코만, 브라질, 서아프리카 일대 등 현재 전 세계적으로 9개 해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심해 원유시추 작업은 2007~2008년 유가 급등으로 본격 탄력을 받아 크게 늘어났으며, 올해 경기회복으로 석유 소비가 늘어나면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제 2의 멕시코만 사태가 우려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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