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에서 노점이 운영되는 가운데 손님이 없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에서 노점이 운영되는 가운데 손님이 없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7

서대문구-노점 ‘박스퀘어 이주’ 대립
“보행 방해 등 문제 해결위해 불가피”
노점상 “여기서 옮기면 장사 망한다”

[천지일보=김빛이나, 남승우 기자] “여기 있어도 장사가 될까 말까 하는데, 실내를 아무리 잘 꾸며 논들 학생들이 다니는 길목보다 장사가 잘 되겠어요? 이벤트나 행사 같은 것 해도 딱 그때뿐이에요.”

영하를 웃도는 날씨.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에서 호떡 장사를 하는 노점상인 김종수(가명, 40대, 남)씨는 호떡을 뒤집으며 이같이 말했다. 기자는 6일 칼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날씨 속에 이화여대길을 찾았다. 추운 날씨라 거리는 한산했다.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2호선 이화여대역까지 220m 구간에는 45개 노점(먹거리 28개, 잡화 17개)이 포장마차 형식으로 영업을 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이날은 10개 남짓한 포장마차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최근 서대문구가 발표한 ‘이대 특화 거리가게 개선사업’에 따르면 내년 5월까지 경의중앙선 신촌역 부근에 3층짜리 컨테이너몰 형식으로 ‘신촌 박스퀘어’가 건립된다. 구는 이대 앞 거리에 위치한 노점상들에게 박스퀘어로 이동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서부지역노점상인연합회, 배꽃지부노점, 이대특화노점 등 이대거리 45개 노점상들은 “옮겨 갈 곳이 현재 이대 앞보다 유동인구가 적다”며 박스퀘어로 이전하는 것에 난색을 표했다.

노점상인 김씨는 노점과 노점 사이의 빈 곳을 가리키며 “기존 상인들 중에서 장사가 안 돼서 안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대 노점 지역 중 여기가 주요 구역임에도 학생들이 방학을 하고 사드 등 국제적인 문제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게 되면서 장사가 안 된다”며 “지금처럼 문을 닫고 안 나오는 상인들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대특화거리지부 지부장인 김종규(50대, 남)씨는 “구청 측에서 노점 정비 문제를 대화로 해결한다고 하지만 결국엔 강제성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스퀘어를 만드는데 무려 28억 5000만원이나 들어간다. 차라리 그럴 돈이 있으면 노량진처럼 규격 가판대나 설치해달라는 것이 우리들의 요구”라며 “그래서 처음엔 규격 가판대를 해주기로 했는데 상가주와 주민 등의 민원 때문에 철회됐다”고 설명했다.

김 지부장은 “구청에서 절대 강제로 안 하겠다고 하는데 대화로는 해결이 안 되는 게 노점 문제”라며 “결국 일부 반대 의견을 가진 상인들에겐 강제성을 띨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45개 노점상 중 20여개가 박스퀘어 입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구청 측 입장에 대해서도 “잘못된 사실”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김 지부장은 “45개 노점상 중 절반 정도 입점에 찬성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솔직히 말해서 아무도 안 가고 싶어 한다”며 “차라리 박스퀘어에 들어갈 돈으로 각 노점당 3000만원씩 주면 이 거리에서 깨끗이 물러나겠다는 의견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서대문구는 45개의 노점상들로 인한 ▲교통흐름 방해 ▲도시미관 저해 ▲노상 LPG 가스통으로 인한 안전문제 ▲음식 조리에 따른 위생 등의 문제가 생기고 민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노점 정비를 위한 ‘신촌 박스퀘어’ 건립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구는 전날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대문구가 제시한 신촌 박스퀘어는 노점 상인들의 입점을 통해 ‘불법노점상’을 ‘자영업자’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위생적인 부분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구는 청년창업자들을 입점시키고 성공 사례를 만들면서 노점 상인들에게 ‘신촌 박스퀘어’ 입점을 재권유 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촌 박스퀘어가 노점상과 청년 창업자들이 한 곳에서 창업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는 ‘지역상권의 새로운 상생모델’이 될 수 있다고 구는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1990년대 말 이후 침체됐던 경의중앙선 신촌역 앞 상권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문석진 서대문구 구청장은 “노점강제철거를 지양하고 상인들과의 꾸준한 대화와 설득, 신뢰 형성으로 도심 ‘가로’ 정책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며 “문화예술 광장인 ‘연세로’ 조성으로 활력을 얻은 신촌지역에 이어 이대거리도 신촌 박스퀘어를 중심으로 활성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1980년대부터 생겨난 이대 앞 노점은 45개로 이대 정문 앞에서 2호선 이대 지하철역까지 약 220m 구간에서 포장마차 형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품목은 먹거리가 28개, 잡화가 17개다. 하지만 ‘학생들을 위한 통학로 확보’와 ‘도심 정비’에 대한 대학과 지역주민들의 민원은 끊이지 않았다. 이에 서대문구는 경의중앙선 신촌역 앞 쉼터(대현동 60-11, 641.9㎡)에 컨테이너를 활용해 ‘신촌 박스퀘어’를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신촌 박스퀘어 건립은 ▲노점상들의 자영업자 전환 ▲청년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지역상권 활성화 ▲이화여대길 노점 정비와 이대 앞 거리 개선을 위해 기획한 사업이다. ‘박스퀘어’란, 컨테이너를 연상시키는 박스(Box)와 광장을 의미하는 스퀘어(Square)를 붙여 만든 명칭으로 지난 10월 공모를 통해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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