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수사 연내 마무리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적폐수사 연내 마무리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민주당 “적폐청산 피로감, 불법 저지른 세력 전유물”

野 “정권 하명식의 광범위한 정치보복 수사” 비난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적폐청산 수사를 연내에 마무리하겠다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발언에 대해 여당이 반발하는 등 파장을 낳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금처럼 모든 검찰 업무가 개혁·적폐 수사에 집중되는 상황은 연내에 마치는 걸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적폐청산 수사를 연내에 마무리하고, 내년부터는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민생사건 수사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문 총장의 이번 발언을 두고 적폐청산 수사를 지휘하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수사 가이드를 제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총장은 “사회 전체가 한 가지 이슈에 너무 매달렸는데, 이런 일을 오래 지속하는 것도 사회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총장의 이런 발언이 알려지면서 청와대는 반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적폐청산 수사를 연내에 마무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문 총장의 발언을 계기로 일각에서 제기되는 적폐청산 수사를 조기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의 이런 반응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조와도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은 특정인을 겨냥한 정치보복 성격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불공정 특권체제를 바꾸는 작업이라고 주장해 왔다.

결국 적폐청산 작업을 정치적 요구 등에 떠밀려서 조기에 완료할 수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적폐청산은 인적청산이라는 의미 외에도 제도와 관행의 혁신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문무일 총장의 발언으로 인해 청와대와 검찰 간 갈등이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지만, 사실상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청와대와 검찰 간 갈등으로 비화할 경우 적폐청산 수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 총장의 발언은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당은 적폐청산 수사의 연내 마무리는 불가능하다며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 위원장인 박범계 최고위원은 7일 라디오 방송에서 “문무일 총장의 말씀을 모든 적폐청산과 관련된 수사를 금년 내 마친다는 의미로 해석하진 않는다”며 “조직의 수장으로서 고충이 좀 있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 대변인은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라는 국민의 여망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탄생했고, 그 여망을 잘 받들어야 한다”며 “적폐청산의 피로감 운운은 불법과 위법을 저지른 세력의 전유물이다. 국민의 뜻을 존중하며 흔들림 없이 적폐청산의 한길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적폐청산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했던 야당은 조기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데 힘을 싣는 기류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연내 마무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정면 반박했는데 이것은 청와대의 개입”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정권 하명식의 광범위한 정치보복 수사로 범죄 수사는 물론이고 민생수사와 고소사건 처리 등 검찰 본연의 기능이 훼손되고 있다”며 “검찰은 청와대의 압박을 이겨내고 국민의 검찰, 민생 검찰로 거듭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연말이라고 하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모두 정리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문 총장의 발언은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것이지, 모두 끝내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해석했다.

다른 변호사는 “문 총장은 적폐청산 수사로 인해 검찰이 하명수사기관으로 비치고 피로감이 쌓이는 등의 부담감을 안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수사라는 것이 생물과 같아서 단서가 나오면 할 수밖에 없다. 무 자르듯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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