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출처: 한국종교문화연구소)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우혜란 연구원
“수행도량이 관광자원으로 전락”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종교문화연구소(한종연) 우혜란 연구원이 종교계 각 종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성역화’ 사업과 국가의 지원정책에 대해 “문화자본주의의 한 양태”라고 지적했다.

우 연구원은 5일 한종연 ‘종교문화 다시 읽기’ 코너를 통해 성역화 사업에 대한 국고지원 원인에 대해 “정부 측에서는 해당 사업을 통해 국가 문화산업의 육성에 중요한 종교문화콘텐츠나 종교문화관광자원을 확보하고, 종교계에서는 해당 사업을 통해 자신들의 문화자원을 확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종교적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다”며 양 측의 이해관계를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우 교수는 성역화 사업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종교의 성지가 관광단지화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조계종단의 성역화 사례를 들며 “자신들의 수행신앙 도량인 조계사가 관광자원·공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는 거의 표출되지 않는다”며 “‘경제의 문화화, 문화의 경제화’라는 동시대의 후기자본주의 흐름 속에서 모든 (종교)문화적 요소나 소재는 문화콘텐츠나 문화관광자원으로 새롭게 가공되거나 조성될 수 있는 대상이며, 궁극적으로 이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고는 정부의 정책수립자는 물론이고 종교계와 학계에서도 팽배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대표적인 성역화 사업은 올해 6월 완공된 진각종의 총인원(총본산) 성역화 불사, 추진 중인 서울 견지동 역사문화관광자원 조성사업(혹은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 불사), ‘서소문 밖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 사업’ 등이 있다.

진각종은 성역화 사업 전체가 아닌 해당 사업계획에 따른 개별 건물의 신축에 국고보조금이 투입됐다. 즉 진각문화전승원은 총 공사비 165억원 중 국비가 65억 원, 진각문화체험관은 총 공사비 83억원 중 국비가 40억원, 진각복지센터는 총 공사비 80억원 중 서울시로부터 30억원이 지원됐다. 국비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종무실의 예산에서 집행됐다. 종무실은 종교지원사업을 크게 3가지 유형, ‘종교문화 활동지원’ ‘전통종교문화유산보존’ ‘종교문화시설건립’으로 구분해 추진하는데, 진각종 성역화 사업의 경우는 ‘종교문화시설건립’으로 분류됐다.

‘견지동 역사문화관광자원 조성사업’ 또한 지속적인 논란의 대상으로 조계종단에서는 해당 사업을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 불사라고 명명하고 있다. 조계종이 통합종단으로 출범한 이후 최대의 불사로 평가받고 있다. 해당 사업의 정확한 전체 예산규모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자료가 없으나 대략 2600~35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비로는 최대 1500억원, 시비로는 최대 500억원, 종단 부담금으로는 최대 500억 원이 투입된다고 알려져 있다. 국비(문체부 예산)는 주로 1단계 사업인 10·27 법난기념관 건립에 투입되는데, 이는 지난 2008년 정부가 10·27 법난 피해자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특별법)을 제정하면서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기념관 건립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지매입 건으로 사업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면서 사업 초기부터 다른 종교지원사업과 비교해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3년 조계종과 서울시는 해당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시비는 2단계 사업인 조계사 일대를 전통역사문화지구로 조성하는 데 투입된다고 했다. 서울시는 조계사를 중심으로 한 총본산 일대를 경복궁, 인사동, 북촌 등과 연계해 한국의 불교·유교 문화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역사문화관광벨트로 조성할 기획을 밝힌 바 있다. 종단 부담비는 3단계 사업인 조계사 부지 내 정비에 쓰인다고 전해졌다.

이 밖에도 논란이 큰 성역화 사업은 ‘서소문 밖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 사업’이 있다. 이 사업에는 총 46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데, 재원별로 보면 국비(문체부) 약 230억원, 시비(서울시) 약 137억원, 구비(중구) 약 93억원이다. 이 사업은 천주교의 순교성지 조성사업이란 이유로 타종교와 시민사회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고 있다. 서소문 밖은 한국 천주교의 대표적인 순교지로 1801년 신유박해 때부터 1866년 병인박해까지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참수치명(斬首致命)을 당한 곳일 뿐 아니라 조선왕조 한양의 공식 처형지로 역사적 인물들(허균, 홍경래 등)이 처형된 곳이다. 무엇보다 동학 농민운동의 지도자인 전봉준이 1894년 이곳에서 교수형을 당했으며, 2대 교주 최시형은 1898년 서소문 감옥에서 재판을 받은 뒤 순교했고, 동학 농민군의 3대 지도자 김개남은 전주에서 참형된 뒤 머리만 압송돼 이곳에서 효수됨으로써 천도교에게도 매우 중요한 성지이다.

이런 맥락에서 2014년 11월 천도교 관계자를 중심으로 ‘서소문 역사바로세우기 범국민대책위’가 발족되었으며, 최근에는 민족종교 진영까지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또한 구의회의 반대로 예산 편성이 미뤄지면서 해당 사업은 현재 공사 중단의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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