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살해했다고 주장한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의 올 8월 자료사진. (출처: 뉴시스)
4일 예멘의 후티 반군이 살해했다고 주장한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의 올 8월 자료사진. (출처: 뉴시스)

도피 중 후티 반군에 총탄 맞아

예멘 내전 더 격화될까 우려도

[천지일보=이솜 기자] 알리 압둘라 살레 전 예멘 대통령이 후티 반군에 살해당하면서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예멘 내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내전을 둘러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역내 패권 다툼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한편 예멘 정부가 갈등 해소를 시도할 기회가 생겼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 등 중동 언론과 뉴시스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4일(현지시간) 자신이 통제하는 알마시라TV와 예멘 라디오를 통해 살레 전 대통령을 지칭하며 “반역자들의 우두머리가 죽었다”고 밝혔다. 사나 남부 외곽에서 탈출하던 중 후티 반군의 총탄에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살라가 전날 밤 후티 반군과의 파트너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지 이틀만이다. 살라는 후티 반군이 아닌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 주도 연합군에 회담을 제안했었다.

이슬람 시아파인 후티 반군은 2011년 ‘아랍의 봄’ 반정부 시위 이후 혼란한 가운데 반란을 꾀했다. 이들은 2014년 9월 같은 종파인 이란 지원 아래 예멘 수도 사나를 공격하며 내전의 시작을 알렸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8600여명이 폭격과 교전 등으로 숨졌고, 약 5만명이 부상했다. 인구의 70%인 2000만명은 장기간 지속한 내전과 콜레라 등으로 끼니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30년간 예멘을 통치하다 2011년 물러난 살레 전 대통령은 내전 중 후티 반군 편을 들며 권력 재탈환을 노렸다. 그러나 살레를 지지하는 무장 대원들이 최근 후티 반군과 갈라서고 살레가 사우디와의 대화를 추진하면서 후티와의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살레의 사망으로 정부군과 후티 반군 간의 충돌은 물론 살레 지지 세력과 후티 간의 충돌이 격화되면서 예멘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위기그룹의 예멘전문가인 에이프릴 롱리 앨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면서 “예멘전에 복수라는 요소가 더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살레의 영향력이 사라진 틈을 타 미국과 사우디 연합군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하디 정권 지원을 한층 강화해 예멘 내 서로 다른 정파 간 단합을 꾀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아랍에미티르(UAE) 국방대학의 스털링 젠슨 부교수는 USA투데이에 “한줄기 희망은 살레의 죽음으로 유엔 인정을 받는 하디 정부의 재조직화가 이뤄지고 결과적으로 여러 세력을 통합시킬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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