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열풍’ 고궁에 불기까지 거친 과정은?
‘한복 열풍’ 고궁에 불기까지 거친 과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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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1996년 ‘한국 문화 얼굴’에 선정
공공기관·기업 등 한복운동 동참
소비층 확산 되기도 전에 공급↑
질적 저하, 과다생산 등 문제도
고궁 무료입장으로 활성화 돼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한복이 유행이다. 경복궁·창경궁 등 고궁이나 전통거리를 찾으면 한복을 입은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제는 명절이 아니더라도 한복을 입고 삼삼오오 모여 셀카봉으로 사진찍는 풍경이 익숙해졌다. 한복의 생활화를 위해 그간 어떤 움직임이 있었을까.

◆정부, 활성화 위해 발벗고 나서

광복 이후 일제의 한복 탄압에 대한 반발로 국민은 한복을 많이 입었다. 하지만 6.25전쟁 후 미국 구호품이 생활복이 되면서 한복은 명절 등 행사 때 입는 예복이 됐다. 1960년대에는 정부 주도로 한복을 개량하도록 했다. 하지만 시대적으로 양장이 부흥했다.

1970년대에는 한복이 파티복이나 무대복으로 활용됐다. 생활한복은 1988년 올림픽 이후 생겨났다.

1990년대에는 정부가 한복의 생활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의식주 생활사’에 따르면, 1996년 정부가 21세기 국가 이미지 일류화 방안의 하나로 한국 문화를 나타낼 수 있는 대상물 선정 작업에 착수했고 11월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 문화 얼굴’에는 한복, 한글, 김치, 불고기, 태권도까지 총 다섯 가지가 뽑혔다. 그러면서 매월 첫째 토요일이 ‘한복 입는 날’로 제정됐다. 그동안 민간단체가 나서서 우리 옷 입기 운동을 펼치긴 했지만, 국가 차원에서 권장한 것은 처음이나 다름없었다.

이어 1997년이 ‘문화유산의 해’로 선정됐다. 1월 15일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한복 입은 사람은 누구나 고궁과 박물관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치를 취했다. 공공기관과 기업 등도 한복입기운동에 동참했다. 광주시청은 매월 첫째 주 토요일을 한복 입는 날로 삼았다. 광화문역 직원들도 제한적이나마 한복을 입고 근무했다.

또 당시 문화체육부는 한국씨름연맹 등 10개 기관을 한복입기운동 모범 사례로 선정하고 감사패를 전달했다. 경기도는 기초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가능하면 개량한복을 근무복으로 착용하라”고 권했고, 간부급 직원들이 우선 실천했다.

강동구청도 한가위 주간 3일 동안 제한적으로 한복을 입고 근무하는 등 한복을 근무복으로 입으려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은 관광객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주춤했던 한복 활성화

하지만 한복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실제로 1997년 12월 이후부터 1998년 하반기까지 1년 남짓만 유지됐고, 이후 시장 침체를 경험했다. 당시 기존 한복 시장보다 생활한복 업체가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생활한복 브랜드의 급격한 몰락과 시장 축소에는 몇 가지 중요한 원인이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질적 저하였다. 당시 한복 입기가 장려되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소비층이 확산되지 않았음에도 거의 모든 한복 업자들이 생활한복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는 과다생산이었다. 이렇다보니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전문점이나 소매 한복집, 중소업체 대리점을 통해 팔리던 생활 한복은 길거리 트럭과 좌판에 내걸릴 정도였다.

이미지 추락은 물론 저급 상품이라는 꼬리표가 달리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또 대부분 생활한복은 황토색이나 고동색, 자주색 등 다소 어두운 색감을 사용했다. 기성복처럼 다양한 사이즈를 갖추지 못했다. 또 깃이나 고름 등을 임의적으로 없애 한복의 특징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관광객들 ⓒ천지일보(뉴스천지)DB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관광객 ⓒ천지일보(뉴스천지)DB

◆고궁 무료입장 프로그램 마련

그러한 가운데, 한복의 열풍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드러냈다. 문화재청의 고궁무료입장 프로그램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한복의 대중화·세계화를 위해 2013년 10월부터 한복을 착용할 경우 서울 4대 고궁, 종묘, 조선왕릉 등을 무료입장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서울시가 ‘한복 착용장려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공포하고 한복을 입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문화시설을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복 유행은 좋지만 전통 한복 형태가 아닌 것에 안타까워하는 시선도 있다. 또 한복 열풍이 정작 한복 구매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대여에서 그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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