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孝)자는 하늘이 땅에 씨를 주어 낳은 아들을 표현”
충효사상 깃든 ‘자효쌍친락’, 일본의 식민정책으로 수탈
우리민족이 하늘의 자손임을 감춘 ‘삼족오(三足烏)’ 사연

천지일보와 인터뷰하는 정관(貞觀) 이형우 명인(名人)회 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5
천지일보와 인터뷰하는 정관(貞觀) 이형우 명인(名人)회 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5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일본이 빼앗아 감추고 왜곡한 우리민족 고유의 DNA를 찾고 본래의 문화와 정신을 회복해야 합니다.”

대전시 중구에 뿌리 내린 ‘정관(貞觀) 이형우’ 명인(名人)회 회장, 그의 대명사는 ‘효(孝)와 우리 고유의 역사문화, 그 정신의 회복’이다. 최근 이 회장의 단골집에서 갓 볶은 커피를 즐기며 오랜 시간 나눈 이야기를 집약하면 그렇다.

이형우 회장은 우리 문화의 정신과 정서, 선인들로부터 대대로 내려온 문화의 보고(寶庫)로서 ‘전통예술공예’를 묵묵히 지켜온 한국적인 한국인이다.

그는 특별히 ‘효(孝)’와 ‘자효쌍친락(子孝雙親樂)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그리고 ‘삼족오(三足烏)’에 얽힌 3가지 이야기를 힘주어 들려줬다.

먼저 그는 ‘효(孝)’ 자에 대해 ”아버지인 하늘이 어머니인 땅에 씨를 주어 낳은 아들을 표현한 글자”라며 “늙은 부모를 업은 형상이라는 말은 틀린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자효쌍친락(子孝雙親樂)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은 명심보감(明心寶鑑) 치가편(治家篇)에 나오는 말씀으로 ‘자식이 효성스러우면(효도하면) 부모가 기뻐 즐거워하시고, 집안이 평화롭고 화목하면 (밖에 나가서 하는) 모든 일이 좋게 잘 이뤄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위의 글은 조선시대 사대부가 가훈으로 많이 썼지만 ‘자효쌍친락’에 충효사상이 깃들어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일본이 식민정책으로 수탈했다”며 “요즘 가화만사성만 써 붙이는 것은 잘못된 글”이라고 지적했다.

‘자효쌍친락(子孝雙親樂)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쓰인 이형우 회장의 서각 작품.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5
‘자효쌍친락(子孝雙親樂)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쓰인 이형우 회장의 서각 작품.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5

‘삼족오(三足烏)’에 대해선 그의 등 뒤로 보이는 작품을 보여주며 말을 이어갔다. ‘삼족오(三足烏)’란 오랜 세월동안 우리민족과 함께해온 자연물 중 ‘새’를 형상화한 것으로 ‘하늘을 향한 인간의 꿈’을 상징한 세발 달린 까마귀이다. 태양에 살면서 천상의 신들과 인간세계를 연결해주는 신성한 상상의 길조(吉鳥)로 불려지기도 한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민족이 천민(天民), 즉 하늘의 자손임을 감추기 위해 일본이 까마귀에 대한 인식을 ‘흉조’로 왜곡한 것”이라며 “오히려 일본은 까마귀를 상서(祥瑞)로운 길조로 여기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고조선족과 고조선 문명권에 포함된 부족들은 ‘태양숭배’, ‘천재숭배’ 등의 사상을 바탕으로 자신들을 ‘태양의 자손’, ‘천손(天孫)’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어 태양, 하늘과 자신들을 연결시켜주는 동물을 새라고 생각했다.

태양에 살면서 천상의 신들과 인간세계를 연결해주는 신성한 상상의 길조(吉鳥)로 불려지는 ‘삼족오(三足烏)’. 이형우 회장의 작품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5
태양에 살면서 천상의 신들과 인간세계를 연결해주는 신성한 상상의 길조(吉鳥)로 불려지는 ‘삼족오(三足烏)’. 이형우 회장의 작품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5

이에 대해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은 “고구려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삼족오를 자세히 살펴보면 머리에 반드시 볏이 그려져 있는데 삼족오에 표현된 하나의 볏은 물을 의미하며 이는 즉 태초의 생명성을, 두 개의 날개는 화합, 부부, 상대적 균형, 따뜻함을 상징한다”며 “세 발은 자연의 생명성을 보여주는 새싹, 시공, 힘, 완성 등을 상징한다. 따라서 한민족의 역사적 정신 속에 살아있는 삼족오는 천상의 신들과 인간세계를 연결할 수 있는 신성한 상상의 길조”라고 설명했다.

흔히 까마귀를 ‘반포조(反哺鳥)’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은 까마귀 어미는 새끼를 낳자마자 산후통으로 눈이 멀게 되고 새끼들이 그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준다는 것이다. ‘반(反)’은 되돌린다는 뜻이고, ‘포(哺)’는 먹이다는 뜻이니 반포는 받아먹은 것을 되돌려준다는 말로서 은혜를 갚는다는 의미다. 고사 ‘오조사정(烏鳥私情)’ ‘반포지효(反哺之孝)’의 유래다.

40년 외길로 서각(書刻)에 평생을 바친 장인, 이형우 명인회(名人會) 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5
40년 외길로 서각(書刻)에 평생을 바친 장인, 이형우 명인회(名人會) 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5

끝으로 이 회장은 독자들에게 당나라 유명한 고승, 황벽선사가 지은 시(詩)를 상기시켜줬다.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番寒徹骨)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 뼈를 깎는 추위를 한 번 만나지 않았던들 매화가 어찌 코를 찌르는 향기를 얻을 수 있으리오.”

그는 “어려운 시절에 너무 고민하지 말고 사물과 이치를 생각하면 진한 향의 매화꽃을 피울 수 있다”며 “좌절하지 말고 어려움을 잘 극복하라는 뜻이다. 봄에 피는 연산홍도 겨울을 겪어야 향이 나며 온실 속에서 겨울을 보낸 연산홍이나 매화는 향이 거의 없을 정도로 미약하고 꽃을 피우지 못 한다”고 덧붙였다.

‘자효쌍친락(子孝雙親樂)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쓰인 이형우 회장의 작품. 그의 손자와 손녀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제공: 이형우 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5
‘자효쌍친락(子孝雙親樂)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고 쓰인 이형우 회장의 작품. 그의 손자와 손녀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제공: 이형우 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5

이형우 명인회장은 1945년 대전 삼성동에서 출생하여 작품사진작가로 10여년간 활동 후 서각을 배워 40년째 서각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12년 대전시정 9호 ‘平易根民’ 현판, 팔공산 일운정 현판, 충청남도 역사문화원 현판, 대둔산 지장암 현판, 서대산 국사관 대형 천부경 등을 제작했다. 보문미술대전 초대작가로서 뿌리축제 대전, 제1회 효실천운동본부 기획초대전, 10월 문화의 달 서대전역 전시, 엑스포광장 전시 등 다수의 전시회를 열었다.

‘명인회(名人會)’는 대전에서 서각, 한지공예, 단청, 규방공예. 전통한복, 지승공예, 전통붓 공예, 압화, 전통도예 등 우리 전통문화를 이어가며 활동하는 모임으로서 무형문화재와 그 후계자들의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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