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6일 한국교회연합과 가칭 한국교회총연합회가 전격 통합했다. 이날 양측은 통합 후 출범시킨 ‘한국기독교연합회(한기연)’ 창립총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공동대표회장에 선임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이성희 총회장,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전명구 감독회장, 한교연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예장 합동 김선규 총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지난 8월 16일 한국교회연합과 가칭 한국교회총연합회가 전격 통합했다. 이날 양측은 통합 후 출범시킨 ‘한국기독교연합회(한기연)’ 창립총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공동대표회장에 선임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이성희 총회장,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전명구 감독회장, 한교연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예장 합동 김선규 총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교단장회의-한교연’ 깊어지는 골
사면초가 놓인 교단장들의 선택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보수 개신교단 연합기구인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정서영)이 법인 명칭을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으로 변경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교회 대형교단들이 5일 ‘한국기독교연합’ 정기총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예고한 상황에서 한교연이 발 빠르게 명칭을 가로챈 셈이다.

교단장들은 한교연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기존에 예고한 대로 한기연 명칭을 그대로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교연의 결의와 상관없이 한기연 명칭으로 정기총회 진행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같은 명칭으로 법인설립이 불가능해 추가 조치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일로 한교연 측과 교단장회의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9일 한교연은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제6-3차 실행위원회와 임시총회를 열고 한기연 명칭 사용을 결의했다. 교단장회의는 한기연 발족을 공표하는 정기총회를 일주일 여 앞둔 상황에서 한교연의 갑작스런 일격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단장회의는 5일 정기총회를 갖고 한기연 발족을 공표할 예정이었다.

한교연은 1일 발 빠르게 성명을 내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기연 명칭으로 배포한 ‘한국교회 앞에 드리는 글’에서는 “교단장회의와 오랜 인내로 이뤄낸 합의가 무산됨으로써 또다시 한국교회 앞에 근심과 부끄러운 분열의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은 어느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엄중한 현실을 직시한다”며 “앞으로도 한기총을 비롯한 정상적인 연합기구들과의 통합작업에 적극 나섬으로써 한국교회의 기대와 바람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메시지를 통해 대형 교단들에 의해 분열 분파행위가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한국교회 연합운동을 망친 주범이 군소교단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또 “과거 소수 교단들의 전유물이었던 교회연합운동의 틀을 바꿔 지난 1989년 한기총을 출범할 때도 대형 교단이 이끌고 중소교단들이 힘을 합해 한국교회 전체가 참여하는 진정한 연합의 그림을 완성했다”며 “그런 한국교회 연합운동을 돈과 명예, 권력의 욕망의 분출구로 이용한 이들이 누구냐”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한교연과 교단장회의의 통합이 결렬된 책임을 교단장회의 측에 물었다. 통합 추진 과정에서 임시정관이 합의되지 않았고, 대표자 선정과 사무실 사용 등 주요 사안들을 결정할 때에도 한교연 측 입장을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인 처리가 됐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교단장회의 측의 한기연 창립을 염두에 둔 듯 “이들은 자기들이 만든 새 단체가 마치 한국교회 전체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으나 기존 3개 연합단체를 쪼개 4개로 만든 것에 불과하며, 친목단체에 불과하던 교단장회의까지 정치 집단화했으니 결국 한국교회를 5개로 쪼갠 것과 다름없다”고 맹비난했다.

이번 한교연의 결정으로 교단장회의 측은 사면초가에 놓였다. 같은 명칭으로 법인 설립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명칭을 바꾼다고 해도 문제는 발생한다. 지난 9월 주요 교단들은 총회에서 ‘한기연’의 가입을 결의했기 때문이다. 교단장회의가 다른 명칭으로 등록한다면 회원교단들은 가입을 위한 결의를 위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특히 장로교는 9월 총회 외 별도 총회가 없어서 대부분 의사결정은 총회에서 이뤄진다.

한교연의 명칭 변경이라는 변수로 교단장회의는 한기연 창립을 코앞에 두고 엄청난 골치를 떠안게 됐다.

한편 새로 명칭을 바꾼 한교연은 6일 정기총회를 갖고 신임 지도부를 뽑을 예정이다. 지난 1일 선거관리위원회는 예성 증경총회장 이동석 목사를 대표회장 후보에, 신설된 상임회장 후보에는 합신 증경총회장 권태진 목사를 각각 단독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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