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소극반응속 안보리 논의 장기화

(서울=연합뉴스) 유엔 안보리를 무대로 한 남.북간 '브리핑 공방'이 일단락되면서 정부의 다음 대응수순이 주목된다.

북한의 소행임을 분명히 각인시켰다고 자평하는 브리핑 결과를 디딤돌 삼아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북규탄 의지를 보다 구체적인 결과물로 구현해내는게 최우선적 과제다.

특히 안보리 논의를 '정치적 공방'으로 끌어가려는 북한의 파상공세에 휘둘리지 않고 여하히 이사국들의 '컨센서스'를 모아낼 수 있느냐가 천안함 외교전의 성패를 가를 관건이다.

그간 결의안이냐, 의장성명이냐를 놓고 논란이 빚어졌던 안보리 대응의 '형식'은 의장성명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여기에는 사안의 특수성과 국제정치의 현실론이 작용하고 있다. 1,2차 핵실험때와 같이 강력한 제재조치를 담은 결의안을 채택하는게 최선이지만 이번 사안은 결의안을 추진하기가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는게 외교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핵실험은 세계 각국이 직접적 이해관계를 가진 사안으로 인식하지만 천안함 사건의 경우 남북간 군사적 충돌이라는 '국지적' 사안이어서 자신들의 이해와 무관한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많은 탓이다. 국지적 분쟁사안을 놓고 안보리가 결의안을 채택한 경우는 드물다.

안보리 대응의 주안점이 새로운 제재를 가하는 '실효성' 보다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대북 규탄에 나선다는 '상징성'에 놓여진 점도 고려되고 있다. 중국, 러시아가 거부권 행사 또는 기권할 가능성이 높은 결의안보다 이사국들의 컨센서스에 기반한 의장성명이 대북 응징효과가 더 크다는게 정부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내용'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북한의 책임을 명시하고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담는 문안을 만들어내는게 관건이다.

이 같은 문안조율 작업의 진척도에 따라 전체 안보리 프로세스의 속도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의장성명 초안을 회람하기에 앞서 초안에 들어갈 핵심요소(key elements)들을 중심으로 이사국들과 수면밑 조율작업을 진행 중이다.

핵심요소들의 대체로 ▲북한을 지목해 잘못을 규탄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역시 걸림돌은 중국과 러시아다. 중국은 북한의 책임을 명기하는데 반대하며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각국이 노력하자는 선에서 '물타기'를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도 중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의 외교력은 미.일과의 공조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내는데 모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한은 한.미간의 공조방안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뉴욕을 방문중인 민군 합동조사단이 이날 비이사국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갖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 같은 '지난한' 설득과정을 고려할 때 안보리 논의는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외교가에서는 이달중 '속전속결'식으로 안보리 대응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으나 현재의 분위기로는 이달말 또는 다음달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들도 전략상 '호흡'을 길게 가져가겠다는 구상을 내보이고 있다. 고위 외교소식통은 "빨리 대응조치가 나오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메시지를 반영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쉽게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서둘러봐야 협상력만 약화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북한의 파상적인 '선전전' 공세에 대해 맞불작전을 시도하고 있다. 북한측이 이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신선호 대사를 통해 북한 조사팀의 조사를 허용하라고 주장한데 대해 북한이 거부감을 보이는 '정전협정 채널'을 들고나온 것도 이런 맥락이다. 유엔사의 군사정전위 차원의 조사에 북측이 응할 것을 요구한 것이나 북측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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