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 스틸. (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3
영화 ‘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 스틸. (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3

 

추적스릴러 ‘기억의 밤’으로

9년 만에 본업 영화로 복귀

“마음에 항상 갈망 있었다”

 

연기파 감독으로 유명

“이번에 나오면 엑스맨이죠”

3년전 술자리서 소재 얻어

 

혼자 취재하며 작품 준비

“완성본 아쉽지만 후회 안해

하고 싶은 얘기는 뒤에 있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그가 돌아왔다. ‘음란한 사회(2008)’ 이후 9년 만이다. ‘라이터를 켜라(2002)’ ‘불어라 봄바람(2003)’ 등 충무로 코미디 영화의 대표 주자인 장항준 감독이 이번에 관객들에게 들고 온 영화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 ‘기억의 밤’이다.

영화 ‘기억의 밤’은 납치된 후 기억을 잃고 변해버린 형 ‘유석(김무열 분)’과 그런 형의 흔적을 쫓다 자신의 기억조차 의심하게 되는 동생 ‘진석(강하늘 분)’의 엇갈린 기억 속 살인사건의 진실을 담은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홍보를 위해 열렬히 뛰어다니는 장 감독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거침없는 입담으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던 장 감독은 그 실력 그대로 인터뷰에 참여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의 작품을 갈구했던 대중에게 너무나도 오랜만에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쉬려고 쉰 게 아니고 준비하던 영화들이 엎어졌어요. 그러던 차에 드라마 제안이 들어와서 했는데 잘됐죠. 알고 보니 그동안 제가 드라마 2편, 연극 1편, 무한상사 총 4편을 했더라고요. 보통 감독은 15년 동안 하는 일을 저는 9년 만에 한 셈이죠. 돈도 많이 벌었어요(웃음).”

영화 ‘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 스틸. (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3
영화 ‘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 스틸. (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3

 

그의 아버지는 계속 드라마를 하길 바랐다. 하지만 그는 영화 외엔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장 감독은 “솔직히 영화 진행이 잘됐으면 드라마를 안 했을 것이다. 영화가 좋으니까”라며 “근데 공백기에 드라마 제안이 왔고 열심히 해야 하니까 열심히 했다. 감사하게 잘됐고, 기회를 주시니까 고마웠다. 그래도 마음 한켠에는 계속 영화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고 전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다른 건 전혀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하다못해 예능에 출현하는 것도 말이 안 되죠. 제가 어떻게 예능에 출현해요. 생각이나 했겠어요.”

영화를 사랑하는 장 감독은 개그맨보다 더 웃긴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코미디에서 스릴러로 장르를 갈아탔다. 장 감독은 “나이 드니까 이상하게 인간 본연의 것, 저 밑바닥에 있는 것들, 욕망, 호기심 등에 관심이 가더라. 이제 이런 장르를 할 나이가 됐나 보다”며 “물론 다른 건 절대 못 하고 이것만 하겠다는 건 아니다. 마음이 항상 51 대 49, 71 대 28 이런 식이다. 이러다가 코미디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원하건 원하지 않던 기본적으로 ‘찰리 채플린의 피’와 ‘알프레드 히치콕의 피’가 흐른다고 말하죠. 둘 중 누구의 피가 더 끓느냐가 나를 결정하는 것 같아요. 전엔 채플린의 피가 끓었다면 지금은 히치콕의 피가 힘을 발휘하나 봐요. 아니 그 전부터 끓고 있었겠죠.”

2014년 망년회에서 그는 처음 ‘기억의 밤’ 소재를 떠올렸다. 집을 나갔던 사촌 형이 한달 만에 돌아왔는데 서먹서먹하고 사람이 이상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는 순간 아이디어가 번쩍였다.

영화 ‘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 스틸. (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3
영화 ‘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 스틸. (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3

 

장 감독은 “즉석에서 이야기를 첨삭하기 시작했다. 사촌 형을 같은 방 쓰는 친형으로 고치고, 가출한 게 아니고 납치됐는데 돌아왔다고 하니 망년회 참석자들이 ‘어우’하면서 고개를 젓더라고요”라며 “술자리에서 본능적으로 나온 거다. ‘재밌다’고 해서 쓰기 시작했다. 제작사와 계약하지 않고 혼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을 찾아 취재하고 다녔다”고 회상했다.

미스터리 스릴러인 만큼 영화는 반전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제작사는 개봉 전 특별 시사회에서 60분만 공개하는 등 스포일러 방지에 총력을 기울인 바 있다. 재밌는 건 언론뿐 아니라 일반 시사회 관객들도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서로 쉬쉬한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아는 장 감독은 “잘나가는 강하늘은 군대 가고, 김무열은 혼자 앉아 있으니까 일반 관객들도 측은지심이 들어서 도와주시는 것 아닐까”라며 “보게 되면 응원하게 되는 서포터즈 같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스포일러가 안 퍼지는 게 아닐까 싶다. 아니면 스포일러가 ‘범인은 누구’ 이런 식으로 한방이 아니라 네, 다섯방이 있어서 안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하며 폭소했다.

영화 ‘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 스틸. (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3
영화 ‘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 스틸. (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2.3

 

그는 카메오나 특별출연 등으로 카메라 앞에 서는 연기파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자신의 영화인 ‘라이터를 켜라’에서는 주인공의 동창생인 ‘희창’으로, ‘불어라 봄바람에선 서점 주인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는 그의 얼굴은커녕 머리카락도 볼 수 없다.

‘기억의 밤’에서 카메오로 등장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장 감독은 “이번 영화는 안 된다. 내가 나오면 코미디가 된다. 이번에 출연하면 전 엑스맨”이라고 답했다. 이어 “카메오를 좋아해서 했던 건 아니다. 제 영화에는 펑크가 나서 어쩔 수 없이 출연했던 거고, 다른 영화에선 감독님들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한 것”이라며 “제가 뭐 대단하다고 캐스팅을 까느냐”고 덧붙였다.

“완성본을 보고 나니 아쉬운 부분도 많죠.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좋아해 주신 영화이긴 하지만 상업영화로서 태생적인 한계가 있어요. 템포가 뒤에서 확 떨어지거든요. 상업영화는 반대로 가야해요. 만약 다음번에 할 때는 기왕이면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훨씬 빠른 템포로 가도록 고려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이번 영화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뒤에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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