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헬조선(Hell朝鮮)’이란 유행어는 한국을 지옥으로 표현한 말이다. 젊은 세대 사이에 인터넷에 퍼진 이 단어는 현실에 대한 체념이자 미래에 대한 절망적 탄식이란 점에서 충격이었다. 정말 지금의 한국은 지옥이며 앞으로 다가 올 시대는 희망이 없는 것인가. 

혹독한 추위가 계속되는 요즈음 우리 젊은이들의 미담이 영하의 날씨를 녹이고 있다. 기성세대의 정쟁을 뒤돌아 보게 하거나 헬조선의 절망적 위상을 뛰어넘는 한국 사랑이란 점에서 눈물겹기까지 하다.
천재적인 예능인들은 또다시 한류 열풍을 지피고 있다. 세계 젊은이들 사이에 우상으로 뛰어오르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미남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소년들의 노래(MIC Drop)가 미국 아이튠즈 ‘톱 송 차트’에서 케이팝 그룹 최초로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미 유튜브 검색 뷰어 수가 1억명을 돌파했다. 파워풀한 율동과 호소력 있는 음악에 파란 눈의 이국소녀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까지 한다. 이들 그룹이 앞으로 벌어들일 음원예상 수익은 수천억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판문점 JSA에서 자유를 찾아 귀순한 북한군 병사에 대한 치료 및 남한 정착을 돕는 운동에 대학생들이 앞장서고 있다. 정치인들이 입을 다문 상황에서 대학생들은 ‘탈북병사돕기 운동본부’를 결성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총알을 맞고도 자유를 찾기 위해 발버둥 쳐 나온 모습이 뭉클하고 감동적이었다’고 이들은 결성동기를 말한다.

북한병사를 사경에서 구한 외상센터 이국종 교수를 지원하자는 청와대 민원이 20만명을 넘어섰다. 이 같은 국민청원으로 보건복지부는 시설이나 인력 지원에 대한 지원 체계 개선안을 최대한 서둘러 마련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이 청원도 우리 젊은이들이 앞장선 것이다.

정부가 발행 계획을 취소한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를 대학생들이 제작해 판매한 것도 주목을 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우표발행은 국민 사이에도 찬반이 엇갈리는 사안이지만 대학생들은 이 같은 정치적 갈등을 생각하지 않고 기념우표를 발행한 것이다.  이들은 ‘대통령 기념사업은 정파적 차이를 떠나 이뤄져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의 자유로움과 젊은 지성인들의 과단성 있는 의지가 미덥지 않은가.  

충남 내포신도시 젊은 엄마들은 홍성읍을 찾아 경로효친 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정성 들여 만든 반찬과 직접 농사지은 고구마, 과일, 쌀, 라면, 이불, 휴지 등 생필품 등을 모아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했다. 날로 인정이 메말라가는 세태, 젊은 엄마들의 행보는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한국을 누가 절망의 나라라고 했나. ‘25시’ 원작자 게오르규(C.V. Gheorghiu, 1919~1992)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한 루마니아 출신 시인이다. 그는 70년대 세 번이나 한국을 방문, ‘한국 찬가’라는 시집을 냈다. 전쟁의 절망을 딛고 새로운 활력으로 일어서는 한국사회를 보고 그는 희망을 예견했다. 

- …어떤 고난의 역사도 결코 당신들에게서/ 당신들의 아름다운 시와 노래와 기도를/ 빼앗아 가지는 못했습니다/ 당신들은 세계가 잃어버린 영혼을 가지고 있습니다… -

게오르규의 코리아에 대한 예찬이 바로 한국의 저력이다. 어떤 수난의 역사도, 절망도, 모두 극복하고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지키며 살고 있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 왜 우리는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나라를 잊고 있는 것일까. 

지금 정치 현장은 과거정부에 대한 적폐청산으로 여야 간 극한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협치와 민생은 실종됐으며 정쟁만이 심화되고 있다. 아직도 어둔 터널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좌절 속에 사는 젊은이들을 일으켜 세울 리더십도 찾기 어렵다.

세계에 다시 한류의 불씨를 타오르게 하고 있는 방탄 소년들의 피나는 노력과 도전을,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고 기적적으로 살아난 북한병사에 대한 젊은 지성들의 동포애를 기성 정치가 배워야 한다. 이들이 있어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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