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예산안이 법정시한(12월 2일)까지 통과되지 못했다. 이로써 2014년 국회선진화법이 적용된 이후 최초로 법정시한을 넘겼는바 이 결과를 두고 여야는 상대방에게 책임 전가하기가 바쁘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두 야당이 여소야대의 힘을 빌려 문재인 정부의 첫 내년도 예산안을 발목 잡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반면,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에서는 민주당이 핵심 쟁점인 공무원 증원 등에서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인 ‘과욕의 결과’로 규정하고 나섰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정부·여당의 어려운 처지는 이미 예견돼왔다. 민주당이 국정책임 정당으로서 정치권 현안들을 잘 해결해야 하는바, 그 근본은 야당과의 협치와 타협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예산안에서 문제가 된 공무원 증원 문제나 일자리 안정자금 등 쟁점 처리과정에서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사안이니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이는 야당이 따라 오라는 주문밖에 되지 않았으니 그런 상태에서 여야 협상은 물 건너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제는 야당의 무작정 반대 논리는 먹혀들지 않는 시대다. 이번 예산안에서 쟁점이 된 공무원 증원 문제는 여야뿐만 아니라 세금을 부담하는 주체인 국민 의중도 반영돼야 했다. 그 점을 아는 야당에서는 이 정부 5년간 공무원 총 17만 4000명 증원이 계획돼 있고, 그에 따른 인건비와 연금 등을 합하면 최소 300조, 최대 500조 안팎의 국민혈세가 동원되는 문제를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만큼 내년도 증원(1만 2천명)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여기에서 민주당은 1만명을 마지노선으로 정해놓고 야당의 조정 요구를 거부했던 것이다. 

남은 문제는 여야가 원만히 협상해 늦어도 정기국회 종료일인 12월 9일까지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일이다. 여야가 마지막 남은 쟁점 현안에 대한 의견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올해 안에 예산안 처리가 불발된다면 내년 초부터 재정 비상사태인 준예산 집행에 직면하게 되는바, 그렇게 될 경우 민생과 경제는 더 어려워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여야가 공무원 증원, 일자리 안정자금 등 핵심현안에서 각각 입장이 있었겠지만 극한 대치로 내년도 정부예산이 법정시한을 넘긴 것은 잘 한 게 아니다. 지금 이 시기에 정기국회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를 탓할 때가 아니라 협치의 바탕 위에서 내년도 정부의 본예산이 정상 집행될 수 있도록 조치하는 일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