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혹자는 정치를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이자 실리이다. 실질적으로 국민들에게 혜택이 미쳐야 하고 이를 통해 불편이 해소되며 더 높은 수준의 생활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우리 정치판은 이러한 실리가 아닌 멋 부리기에 한창이다.
사실 멋은 살아가는 데 빼놓을 수 없는 품목 중에 하나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옷을 차려 입고 나가야 손님 대접을 받으니 멋을 안 부릴 수도 없다. 잠에서 막 깨어 꼬질꼬질한 얼굴에 슬리퍼 차림에 물건을 사러 간다면 잘 차려입은 손님 우선 응대로 손님 대접을 받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사회분위기 탓에 사람들은 자기관리와 멋에 대한 정보와 기술에 민감하고 실제로 이를 따라 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정치판에서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멋을 내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든다. 장식품도 사야 하고 옷은 물론 신발 그리고 치장하는 데 서비스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어떤가? 멋있어 보이려면 역시 마찬가지이다. 돈을 많이 쓰게 된다. 어려움이 있는 곳에 돈을 주어 어려움을 해결하려 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관리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다른 나라 정부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다. 바로 재정을 들여 일자리를 보전하는 일이다. 순수한 경제의 논리로 돌아가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보조 차원을 떠나 체계가 아예 정부의 재정지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체계로 일자리를 순환시키고자 멋을 부리고 있다. 멋을 내면 멋을 부리는 사람도 기분 좋고 이를 보는 사람도 좋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멋있다는 찬사도 받는다. 그러나 멋은 멋을 부릴 자산이 있을 때까지라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각자가 가진 고유의 품격에서 나오는 멋이 아닌 인공적으로 꾸며야 하는 멋은 그렇게 한계를 가지고 있다. 즉, 재정이라는 것이 국민의 세금을 원천으로 하는데 멋을 내다보니 재원의 고갈을 염려하며 부족한 재원을 충원하려 또 다른 원천을 모색하는 것이다. 재원이 보조하는 최저임금제를 시작하는데 만일 재원이 원활히 조달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당장 최저시급을 법으로 지정했는데 법을 취소할 것인가.
정부가 생각하는 것만큼 시장의 상황이 원활하지 못하다. 체크하는 지표들은 점수가 좋게 나와 미래의 전망을 핑크빛으로 예측하지만 실질적인 현실은 이와 다르다. 몇몇의 지표는 플러스를 보이지만 지표들을 종합해 전망치를 내보면 만만치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 면만 보면 안 되는 것이 이러한 종합 상황들이 우리 사회에, 우리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미리 돌려봐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멋을 부리는 정치가 급박한 현실을 못 잡아서 여기 저기 터지는 물꼬가 생길 것이다. 이 경우 이러한 물꼬가 연쇄작용으로 건드리는 방아쇠를 어떻게 케어할 것인지를 생각해둬야 한다. 그런데 멋 부리기에 열심인 정부에서 이를 감당하지 않으리란 생각에 불안감이 급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체를 미리 생각했다면 결코 제안하지 않았을 정책이기 때문이다.
말초적인 멋을 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한번 하기 시작하면 안하면 이상하고 트렌드를 만들어 가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생긴다. 저번에 그랬으니 이번에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되도 안 되는 논리에 스스로가 수렁에 빠지는 것이다. 자신도 보는 사람도 좋은 멋 내는 정치 좋다. 그러나 멋을 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서 내야 하는 것이 맞다. 무턱대고 따라하기 급급하다가는 부채가 숨통을 조일 것이다. 멋도 인공이 아닌 자연적인 품격에서 나와야 진정한 멋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