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3일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와 40여개 소상공인단체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지난 2월 13일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와 40여개 소상공인단체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공청회 무산, 일정 오리무중

법 다시 부활하면 문제 산적

“정부가 국민 범법자로 낙인”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재시행이 한달도 채 안남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1년이 지나도록 정부와 국회가 전안법 개정안을 완성하지 못하면서 당장 소상공인들이 범법자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현재 유예 중인 전안법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전기용품과 생활용품의 제조, 수입, 판매, 구매대행자들은 판매용품에 반드시 KC인증을 받아야 한다. 올해 1월 시행될 예정이었던 이 법은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라는 비판과 함께 소상공인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관련 사업자들의 시위, 헌법소원 검토등 사안이 확대되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모든 정당이 전안법 문제 해결에 관심을 나타냈다. 그 결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위)는 여야 합의를 거쳐 지난 3월 연내 개정을 전제로 오는 12월 31일까지 일부 문제조항의 시행을 유예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3월 이후 소상공인들은 합리적인 개정안 마련을 위해 수차례 토론을 진행했고 그 결과 소비자의 안전과 소상공인의 생업을 담보할 수 있는 개정안이 여야의원들에 의해 발의됐다. 하지만 안전인증절차를 현재법보다 더 강화한다는 법안 외 나머지 7개 법안은 아직도 계류 중이다. 국회 산자중기위가 발의한 개정안도 지난달 20일 예정됐던 공청회가 돌연 무산되면서 향후 일정이 오리무중인 상태다. 

지난 2월 22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병완 위원장이 법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지난 2월 22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병완 위원장이 법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애타는 소상공인들은 조속한 전안법 개정을 위해 다시 거리로 나선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전국핸드메이드작가모임, 전안법폐지모임, 서울상인연합회, 동대문패션타운관광특구협의회, 도매상가대표자협의회, 남대문시장상인연합회,서울시청년창업협동조합과 함께 오는 5일 11시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안법 개정안 연내처리를 촉구할 계획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법 집행기관이 단속에 돌입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우리 모두는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연내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악법이 다시 좀비처럼 살아나 산업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며 “그 피해는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법안은 물론 정부 개정안 역시 문제는 남아있다. 구매대행업의 전자제품 판매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이 확산되면서 해외직구는 지속 상승 추세다. 2014년 1조 6471억원에서 2015년 1조 7014억원, 2016년 1조 9079억원으로 연평균 8%에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1~3분기는 1조 5816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21% 이상 성장했다. 이중 가전·전자·통신기기는 2014년 1031억원, 2015년 1400억원, 2016년 1921억원으로 연평균 30% 이상씩 성장 중이다.

이런 가운데 전자제품의 구매대행을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한 해외사업자들과의 역차별 논란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직구에 대해 기준을 일괄 적용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소비자가 해외소재 사이트로 직접구매하는 경우는 규제가 불가능해 해외업체와 역차별이나 소비자피해 구제가 어렵다는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구매대행 관계자도 “특정 품목을 정해 구매대행을 일부 허용하는 것은 소비시장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개선방향”이라며 “구매대행을 허용해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고 전안법 규제를 네거티브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안법 논란은 청와대 청원까지 번졌다. 한 핸드메이드 작가는 전안법으로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범죄자 낙인을 찍어주고 있다며 전안법 개정안의 빠른 통과를 촉구했다. 그는 “의상디자이너가 꿈이라는 친구는 전안법이 고쳐지거나 폐지되지 않으면 일본으로 가겠다고 농담으로 말하던 게 곧 현실이 되게 생겼다”며 KC인증 마크의 정확성 논란, 고가 인증비 논란, 인증서 장사 의혹 등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3일 기준 해당 청원의 참여자는 3만 6000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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