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이치교육대학에서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강의하는 나야마사히로 교수. (제공: 나야마사히로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일본 아이치교육대학에서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강의하는 나야마사히로 교수. (제공: 나야마사히로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동양평화론 속 EU와 같은 동아시아 공동체 발상 놀라워”

“근로정신대 등 피해자들에게 일본 정부, 사죄·배상해야 마땅”

“日 대륙침략·나치 유태인박해… 편협한 국가주의·배타주의 탓”

한국의 민중가요 통해 일본 학생에게 한국문화·정서 심화교육

[천지일보=이미애 기자]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갈등이 양국의 입장 차이로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독일의 예를 참고로 한일 현안에 접근해야 한다는 일본 학자가 있다. 일본 아이치교육대학에서 독일어, 독일문화를 가르치는 나야 마사히로(63, 納谷 昌宏) 교수를 30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그의 전공은 독어독문학으로 간세이가쿠인대학 대학원 졸업 후 문학연구과에서 박사과정 수료하고 독일 튜빙겐대학에서 유학했다. 또 일본 독문학회, 이문화커뮤니케이션학회 등에서 활약하면서 마쓰사카대학, 주쿄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이색적인 강의를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평화학 입문’을 담당하고 있다. 편협한 국가주의, 배타주의가 만연한 이 세계에서 어떻게 평화를 유지하고 그것을 구축해갈 것인가를 학생들과 함께 심사숙고하는 강의다. 배타주의는 자민족중심주의 즉 ‘에스노센트리즘’에서 파생한다고 생각한다. ‘에스노센트리즘’의 최악의 예는 나치에 의한 유태인 박해일 것이다. 또 일제에 의한 대륙침략도 다를 바 없었다고 본다.

-일본 시민의식의 형성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독일은 19세기 전반까지 연방국가에 의한 군웅할거의 시대가 이어졌고, 통일이 지연됐다. 봉건적인 정신풍토가 잔존해 있었다. 그러한 정신풍토가 나치스의 태동을 불러왔다. 일본의 명치유신은 위로부터의 개혁, 즉 부르주아혁명이었고, 프랑스혁명처럼 아래로부터의 혁명은 아니었다. 그 때문에 근대적 시민의식의 형성기반이 미약했으며 역시 봉건적인 정신풍토가 남아 있었다. 그렇게 권력에 추종하는 정신풍토가 일본군국주의의 태동을 불러온 것이다. 또한 정한론과 탈아입구의 폭력사상이 견인 역할을 하며 대륙침략의 사상적 기반을 형성했다. 한국 강제병합도 이러한 대륙침략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다.

-한국과 관련해서도 강의를 하고 있다.

‘코리언의 과거와 현재’라는 강좌를 맡고 있다. 이 강의에선 ‘아리랑’ ‘도라지’ ‘뱃노래’ ‘새야 새야 파랑새야’ ‘우리의 소원’ 뿐만 아니라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 ‘아침 이슬’, 북한의 ‘임진강’ ‘휘파람’ 등을 소개하고 음악이나 영상을 통해 학생들에게 문화적 이해를 심화시킨다. 학생들의 평판이 대단히 좋다. 케이팝은 자주 듣지만 민요 등을 들을 기회가 없다고 말하는 학생이 많다. 노래에 담긴 조선반도 사람들의 정서를 접하고 마음을 나누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사람이라도 더 많은 일본 학생이 한국문화를 좋아하게 되기를 바란다. 이웃나라 문화를 좋아하게 됨으로써 동아시아 공동체의 기초가 형성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나야마사히로 교수가 강의 중에 사용하는 안중근 의사의 사진. (제공: 나야마사히로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나야마사히로 교수가 강의 중에 사용하는 안중근 의사의 사진. (제공: 나야마사히로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강의에서 다루는 안중근 의사와 ‘동양평화론’에 대해

임마누엘 칸트는 일찍이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라는 책을 썼다. 이 사상이 현대의 유럽 연합, 즉 EU로서 결실을 이뤘다. 일본에선 안중근이 테러리스트인지, 정의를 추구한 인물인지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는데, 적어도 그가 쓴 ‘동양평화론’에는 귀를 기울여야 할 가치가 있다. 아시아는 앞으로 EU와 같은 동아시아 공동체를 이뤄야 한다. 중국, 대한민국(남·북), 일본이 정치, 경제 공동체를 이뤄야 한다. 일본은 독도나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등 영토문제로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만일 동아시아 공동체가 완성된다면 이러한 영토문제가 사라질 것이다. 정치 공동체 하에서는 국경선은 더 이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북아일랜드 분쟁이 이런 사례다. 영국과 아일랜드가 함께 EU에 소속함으로써 북아일랜드 영토 확보에 대한 의미도 없어졌다.

안중근의 꿈인 ‘동양평화’는 일본에게 대단히 중요한 가치다. 강의시간에 안중근의 ‘동양평화론’과 칸트의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의 유사성에 대해 논한 논문을 소개하기도 하고 동아시아 공동체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한다. ‘평화학 입문’ 강의를 통해 안중근 사상의 선진성에 놀라는 일본 학생들이 많다.

-일본의 역사적 인식에 대한 의견을 말한다면

전후 독일은 프랑스나 폴란드 등의 주변국과 공동교과서를 사용하는 등 역사인식을 같이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이 EU의 성립,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 일본도 주변국과 역사인식을 같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위안부 피해자들에게도 국가 차원에서 사죄하고 배상해야 마땅하며, 징용 피해자와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분들에게도 기업이 진심으로 사죄하고 본인들이 납득하는 형태로 배상해야 한다.

당연히 한일공동 역사교과서를 제작해 양국에서 같이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이 축적되면 역사인식을 서로 공유할 수 있고 동아시아 공동체 성립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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