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참석한 종교인 과세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7.11.14.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참석한 종교인 과세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7.11.14.

5000만원 연소득 세금, 종교인 월 5만원, 직장인 9만원

1월 시행 앞두고 ‘공평과세 원칙 위배’ 논란으로 ‘시끌’

“종교인만 세금 적게 내는 특례입법한 국회가 큰 문제”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종교인 과세를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목사 등 종교인이 납부할 세금이 동일한 소득의 일반 직장인의 절반 수준에 그쳐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30일 종교인 과세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간이세액표를 공개했다. 기재부는 간이세액표를 별도로 만들어 종교인의 세금을 낮춰주기로 했다. 간이세액표는 종교인 소득으로 받는 금액에 따라 필요경비와 기본공제, 세액공제 수준 등을 반영해 원천징수할 세액을 미리 계산한 것이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목사의 연평균 소득은 2855만원, 승려는 2051만원, 신부는 1702만원, 수녀는 1224만원이다.

1인 가구 기준으로 평균 소득을 올리는 승려의 월 원천징수액을 살펴보니 1210원, 목사는 2만 7380원, 신부는 1000원이다. 결혼을 하는 종교인은 자녀를 추가할 경우 공제를 받을 수 있어, 원천징수액이 크게 줄어든다. 20세 이하 자녀 1명을 포함해 가구원이 총 3명인 평균소득 목사의 월 원천징수액은 133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조건인 가구의 일반인 근로자보다 10분의 1이나 적은 수준이다.

연 소득 5000만원 기준으로 보니 종교인과 일반인을 비교하면 두 배 수준으로 차이가 발생했다. 20세 이하 자녀 2명이 있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연 소득 5000만원 종교인은 5만 730원을 원천징수로 매달 납부하면 된다. 반면 2017년 근로소득 간이세액표에 따라 4인 가구 기준 연 소득 5000만원 근로소득자가 매달 내는 원천징수세액은 9만 510원으로 나타나, 과세 역차별 문제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종교인과 일반인과 다르게 적용하는 조세 형평성 문제를 꼬집고, 기재부가 시행에 앞서 일부 개정안에 대한 보완을 통해 공평한 과세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입법하는 과정에서 종교인들이 특혜를 요구하는 바람에, 정치인들이 눈치를 많이 봤다. 이번 개정안 입법예고에도 그런(조세 특혜) 소지가 있다”며 “정부가 과세 공평 차원에서 종교인과 일반인 사이에 차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회장은 “납세자연맹에서 살펴본 결과, 종교인들이 기타소득으로 신고하면, 근로소득자(일반인)보다 2배 이상 세금을 적게 낸다”며 “모든 국민은 동일한 소득에 대해 동일한 세금을 내야 한다. 종교인만 세금을 적게 내는 특례 입법을 한 것은 국회의 문제가 크다”면서 종교계에 눈치 보는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공평과세 원칙을 흔드는 개정안에 대해 시정하고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한편 기재부는 오는 14일까지 통합입법예고시스템을 통해 온라인과 팩스, 이메일 등으로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받는다. 접수된 의견을 검토한 후 개정안은 국무회의에 제출돼 대통령이 공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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