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월 1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을 찾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와 종교인 과세(소득세법 개정안) 관련 면담을 나누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월 14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을 찾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와 종교인 과세(소득세법 개정안) 관련 면담을 나누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부가 종교계의 의견을 수렴해 미비점을 보완한 ‘종교인 소득세법 시행령 일부 개정법률안’이 형평과세 원칙을 훼손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1월 30일 종교인 소득과세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종교단체 간 과세형평을 제고하고, 종교인 소득에 대한 범위와 절차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이라며 개정이유를 밝혔다.

종교인 세법 개정안은 지난 2015년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일부 종교단체 반발로 2년 유예되다가 우여곡절 끝에 내년부터 시행이 결정된 것이다. 이번에도 개신교 보수 단체들은 테스크포스(TF)팀까지 꾸리고 일부 정치권과 손잡고 끝까지 추가유예를 주장하는 등 반발이 거셌다. 그러나 종교인 과세 2년 추가유예법안은 지난달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부결됐다.

문제는 기재부가 공개한 일부 개정안이 종교인이 월급 명목으로 받는 소득만 과세대상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종교단체가 종교 활동비로 결정하게 되면, 소속 종교인에게 지급된 모든 돈(소득)은 세금을 면제받게 되는 셈이다. 사실상 종교활동비는 비과세 대상으로 허용한 것이다. 또 정부는 종교인 과세에 대해 별도의 간이세액표를 만들어 세금을 낮춰주기로 했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연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의 원천 징수액은 9만 9560원인 반면 같은 소득의 종교인은 5만 730원만 내면 된다. 이 때문에 이번 개정안을 놓고 조세 형평성 논란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보수 개신교계가 줄기차게 요구한 세무조사 면제도 허용했다. 종교활동비는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법조항까지 신설하며 세무조사 면제 권한을 부여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재부는 소득세법 개정안 222조 2항을 신설해 종교단체가 종교인에게 지출한 비용을 구분해 기록·관리할 경우 세무 공무원이 “종교단체가 종교 관련 종사자에게 지급한 금품 등 외에 종교활동과 관련해 지출한 비용을 구분해 기록·관리한 장부 또는 서류에 대해 조사하거나 제출을 명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추가한 3항에서는 “세무공무원이 질문 조사권을 행사하기 전에 종교 관련 소득자 또는 종교단체 탈루나 오류의 구체적 근거를 제시해 수정 신고를 우선 안내해야 한다”고 적시됐다.

또 기재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종교인 과세에 해당하는 종교인의 폭을 대폭 늘렸다. 종교인 과세범위를 민법 제32조, 국세기본법 제13조 제4항에 의해 비영리법인·법인으로 정해져 있는 것을, 부동산등기법 제49조에 따라 등록번호를 부여받는 법인 아닌 사단 또는 재단도 포함시켰다.

기재부는 오는 14일까지 통합입법예고시스템을 통해 온라인과 팩스, 이메일 등으로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받는다. 접수된 의견을 검토한 후 개정안은 국무회의에 제출돼 대통령이 공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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