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소리와 맞먹는 수준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 축구팬들의 필수 응원도구이자 전통악기인 ‘부부젤라(Vuvuzela)’로 전 세계 축구팬들이 소음 몸살을 앓고 있다.

길이 60~150cm인 이 악기가 내는 소리의 크기는 127~130dB(데시벨) 정도로 전기톱(100dB)보다 크고 여객기(130dB)와 맞먹는다. 현재 부부젤라는 경기 시작 전 국가가 연주되거나 안내방송이 있을 때만 금지돼 있을 뿐 나머지 시간에는 자유롭게 불 수 있다.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소장은 가까이에서 들으면 코끼리 소리가 나는 것으로 알려진 부부젤라 소리가 시청자들에게 벌떼소리와 같이 들리는 이유에 대해 “멀리서 들을 때에는 사람들이 중구난방으로 불어대는 부부젤라와 사람들의 말소리 등이 섞여 ‘백색 소음’으로 들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는 나이지리아와의 첫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귀머거리가 된 것처럼 들을 수 없어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소음에 대한 선수들과 중계 방송사들의 호소가 끊이지 않자 대니 조단 남아공 월드컵 조직위원장은 지난 13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부부젤라의 금지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릭 음콘도 월드컵 조직위원회 대변인은 부부젤라는 남아공과 축구에 있어 문화적 현상임을 주장하며 부부젤라를 금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 회장도 아프리카의 독특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도구로 부부젤라의 사용을 옹호하고 있다.

안기희(기후변화재단) 박사는 “소음·진동은 정신적 폭력으로 우리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환경문제”라고 강조했다. 안 박사에 따르면 흰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만 봐도 소음문제의 심각성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안 박사는 “흰쥐를 130dB 이상의 소음에 계속적으로 노출시킨 결과, 먹이를 먹지 않고 상대방을 물어뜯으면서 정신착란을 일으키다 죽었다는 내용의 실험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소장은 “125dB의 소리를 30분만 지속적으로 들어도 정신이 혼미해지거나 청각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경기장 관람객들에게는 1개의 경기를 보더라도 90분 이상을 자리에 있어야 하니 소음 문제는 심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지 경기장 주위에선 귀마개가 큰 인기를 끌고 있을 정도로 부부젤라 소음이 심각하다. 소음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자 20dB 정도 낮춘 부부젤라가 출시됐지만 얼마나 소음을 줄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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