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개혁과 함께 ‘대외안보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꾼다고 밝혔다. 순수 정보기관 활동만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방안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북한이 좋아할 일’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대북 정보수집 및 수사권을 양분한다면, 대공수사 자체가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친여(親與) 성향의 국정원 개혁위원회 내부에서조차 대공수사권 이관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안기부는 서슬이 시퍼런 비밀조직이었다. 술김에 북한을 찬양한 사람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갔다. 이른바 막걸리법으로 불린 ‘북한 찬양 고무죄’ 때문이었다. 또 북한을 찬양한 사람을 신고하지 않은 사람도 불고지죄로 끌려갔다. 이 두 법은 그간 수차례 위헌 논란이 있었다. 생각도 말도 제대로 못하게 한다는 것 때문에 논란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을 주적으로 두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상황 탓에 용인돼 왔다. 

국정원이 가장 본질적인 업무인 대공수사권을 포기한다고 밝히자 보수언론과 보수진영은 ‘간첩은 누가 잡냐’면서 비난과 우려를 표하고 있다. 보수단체는 개혁을 명분 삼아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것은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라는 논리다. 사실 ‘간첩을 안 잡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 ‘국정원이 아닌 경찰이 잡도록 하겠다’는 것이지만, 일반 서민 보호와 감찰 업무도 제대로 안 되는 경찰이 대공 특수 업무를 제대로 하겠냐는 우려에서 나온 비난이다. 

지난달 28일 새벽, 북한은 75일간의 공백을 깨고 화성 15형 신형 미사일 발사와 동시에 ‘핵 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이번 미사일은 4500㎞까지 고각으로 쏘아 올려졌고, 사정거리는 미국 전역을 위협할 수준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축제 분위기고,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등 대북 제재에 나서고 있다. 하필 이런 시국에 국정원이 ‘대공수사권’ 포기를 들고 나서면서 논란을 키운 셈이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업무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국민 대부분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대공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해서 국정원의 대공수사 포기에 따른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분명히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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