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일 서울특별시청소년수련시설협회 사무국장

1950년 6월 25일, 북한 인민군이 우리와는 상대도 안 될 막강한 전력으로 전쟁을 일으키자 속수무책으로 패퇴하면서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점심은 평양,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겠다’며 국군이 마치 이기고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곤 정작 자신은 피난을 떠났다.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해도 그 때문에 많은 서울 시민이 당한 고초를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 든다.

지난 3월 26일, 서해에서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 46명의 소중한 생명이 전사했다. 그런데 군 당국의 보고체계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고 감사원 조사 결과, 보고내용도 거짓말로 상황을 조작한 것으로 나타나 큰 충격을 준다. 해군 합동참모본부는 북으로 향하는 미확인 물체에 포격을 가한 속초함을 새떼라고 둔갑시켜 상부에 보고했고 해군작전사령부로부터 보고받은 사건발생 시각을 9시 15분에서 9시 45분이라며 거짓으로 상부에 보고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생때같은 군인들이 적의 폭탄 공격에 죽어가고 있던 시각,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 주요수뇌부는 폭탄주에 취해 있었다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적의 공격에 대한 대응방식의 우선순위가 정확한 보고와 이에 따른 신속한 지시가 아니라 초동대처미흡, 경계소홀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보고내용을 조작하고 거짓을 감추기 위해 또 열상 감시장비 동영상이 없다는 등의 거짓말을 또 만들어 내는 군의 처사는 황당감을 넘어 우리 군의 도덕성과 기강해이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감사원이 요구한 징계 대상자들을 군형법으로 처벌할 일이 없다는 국방장관의 발언 또한 아연실색케 한다. 군인 46명이 우리 바다에서 적의 공격을 받아 전사했는데도 누구하나 경계태세실패와 대응지연으로 천안함 사건을 사전에 방지하거나 격퇴하지 못한 책임에 대해 사과도 하지 않고 오로지 북한 탓만 해왔으면서 그저 실수한 사람들 인사조치만 하면 일이 마무리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묻고 싶다.

보고내용조작과 허위보고에 연관된 군 지휘관들은 군형법으로 처벌해야 한다. 천안함은 단순히 적의 공격에 의해 침몰한 게 아니라 사전에 적절한 잠수함 공격 대응 경계에 안일했고 사건 발생 이후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진실을 숨기는 등 우리 군의 기강 해이와 허위 보고에 의한 잘못이 있기 때문이다.

적당히 문책성 인사조치라며 이 책임을 유야무야한다면 우리 군은 무사안일에 기강마저 무너진 ‘당나라’ 군대라는 불명예를 씻을 기회마저 잃을 것이 자명하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나라를 망하게 한 것이 ‘거짓’이라며 우리의 원수라고까지 했던 이유를, 보고를 생명으로 삼는 군의 지휘관들이 뼈아프게 생각해 볼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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