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29일 미얀마 양곤에서 대규모 미사를 집전하기 전 자동차를 타고 신도들 앞을 지나가며 손을 흔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7.11.29
프란치스코 교황이 29일 미얀마 양곤에서 대규모 미사를 집전하기 전 자동차를 타고 신도들 앞을 지나가며 손을 흔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7.11.29

프란치스코 불교국가 미얀마 첫 방문

인권단체 “실망스럽다” 우려
교황청 “교황 불가능한 문제
풀 것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불교국가 미얀마에서 역사적인 첫 미사를 집전하며 용서와 연민의 마음을 가지라고 호소했다.

CNN,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지난 29일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의 축구경기장을 가득 메운 20만명을 대상으로 혐오와 반감에 맞설 것을 주문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교황은 “미얀마인들이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상처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며 “(민족 갈등으로 인한) 복수의 유혹이 있더라도 용서하고 연민의 마음을 가지라. 복수는 하느님의 길이 아니다”고 밝혔다. 앞서 미얀마 종교지도자들과 만남에서도 서로 다른 종교 간의 화합을 강조했다.

교황청에 따르면 교황은 방문 이틀째인 28일 양곤에서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유대교, 기독교 지도자들과 만나 “화합은 다양성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황은 미사와 종교지도자들과의 환담에서 국제사회가 주목한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현재 미얀마는 지난 8월말 발생한 로힝야족 사태로 민족 간 분쟁과 갈등이 극도로 심화되고 있다. 불교도가 대다수인 현지에선 로힝야라는 명칭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그만큼 로힝야족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이 심각하다. 미얀마 내 가톨릭교회도 이런 분위기를 알기에, 최고 성직자인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은 교황 방문에 앞서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며 ‘로힝야’라는 명칭 사용 자제를 교황청에 공식 요청했다.

미얀마 내 가톨릭 신자는 약 65만 9000명으로 전체 인구(5100만명)의 1%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또 전체 16개 가톨릭교구 중 15개는 정부군과 반군 간 내전이 끊이지 않는 북부 카친주와 샨주의 소수민족 거주지에 몰려 있기에, 소수 가톨릭교회와 교인들에 대한 폭력과 위협 등을 방지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교황은 28일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과의 회담 후 발표한 공동연설에서도 로힝야족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평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만 던졌다. 교황은 “평화는 정의와 인권을 존중할 때만 성취할 수 있다”며 “각 민족의 정체성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이러한 신중한 태도를 보인 교황에 대해 인권단체와 비평가들은 로힝야족이란 단어조차 꺼내지 못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 캠프에서 근무하는 인권운동가 모함마드 주바이르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교황)가 로힝야족 위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이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브루킹스 동아시아 정책연구소의 린 쿠옥은 “가톨릭교회의 지도자조차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그 내부 상황은 훨씬 더 절망스러울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역시도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앰네스티는 “교황의 방문으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로힝야족 사태에 집중될 수 있었다. 모든 인종 집단에 존중을 촉구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로힝야족 언급을 피한 것에 대해선 “실망스럽다”고 평했다.

비판과 우려가 쏟아지자 교황청은 기자회견을 열고 교황을 적극 변호하고 나섰다. 그레그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29일 양곤에서 취재진을 만나 “교황이 불가능한 문제들을 풀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교황은 이번 사안으로 도덕적 권위를 상실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지 가톨릭교회의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미얀마 문민정부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에 앞서 군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을 먼저 만남 것도 문제가 됐다. 이와 관련 교황청은 외교 의전상 잘못이었다고 시인했다. 당초 교황은 28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수지 여사와 만난 후 29일 흘라잉 장군을 만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교황청이 흘라잉 장군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27일 흘라잉 사령관과 짧은 환담을 가져 논란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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