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초반 기선 잡기 압도..이사국들 "합조단 조사.설명 설득력"
중.러 구체적 질문없이 의사진행 발언만

(유엔본부=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14일(현지시간) 천안함 사건을 놓고 벌어진 남북간의 공방전은 일단 한국이 주도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과학적 조사결과가 북한의 `희생양' 억지 주장을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합조단은 동영상과 파워포인트 등 최첨단 장치를 동원해 조사 결과의 객관성과 과학성을 보여준 반면, 북한은 시종 자신들은 "피해자(victim)"라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이날 합조단 브리핑에 참석한 이사국들은 대부분 우리 측 주장에 "설득력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합조단의 23분에 걸친 브리핑이 끝난 뒤 첫 질문은 프랑스 대사가 했다. 질문이 아니라 한국의 조사 결과를 절대 지지하고 이에 상응하는 안보리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측 대표가 한국 조사 결과에 신뢰를 표하면서 "다른 원인에 의한 침몰 가능성은 없느냐"며 확인성 질문을 했다. 일본과 터키 등의 대표들도 질문에 나서 "외국 전문가들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또 모두 동의했는지"를 물었으며, 수거한 어뢰 파편과 천안함 잔해의 화학물질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고, 합조단은 우리 측의 조사 결과를 최대한 설명했다고 한다.
회의에서 어떤 입장을 보일지, 어떤 질문을 할지 관심을 모았던 중국과 러시아는 특별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와 중국 대표는 프랑스와 미국 대표의 한국 조사 결과에 대한 지지 발언이 있고 난 뒤 "이 자리는 입장 표명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기술적인 질문을 하는 자리"라는 취지로 의사진행 발언만을 했다고 참석한 외교 관계자가 전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합조단의 일원으로 참석한 5명의 해외 전문가들도 모두 발언에 나서 조사의 전 과정에 참여했으며 모두 결과에 동의했음을 확인함으로써 브리핑의 신뢰도를 제고시켜 줬다고 박인국 유엔대사가 밝혔다.

박 대사는 "우리는 범죄자가 희생자를 검열하겠다는 식의 비이성적인 주장에 대해 우리의 감정을 완전히 배제한 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 결과를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합조단 브리핑 후 곧이어 열린 북한 측의 의견 개진은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는 자리에 불과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북한의 신선호 대사는 "배가 두 동강이 났는데 프로펠러가 멀쩡하고, 1번이라는 글자는 누구라도 조작가능한 것일 뿐 아니라 엄청난 고열 속에서 글자가 그대로 존재한 점 등 증거 자료들이 비과학적이고 의심의 여지가 많다"면서 "다른 나라의 조사단은 받아들이면서 우리 검열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영국.터키.미국 등의 대표들이 신 대사에게 "지금 두 달이 넘은 시점에서 사고 현장에서 무엇을 조사하겠다는 것이냐", "한국의 장병 46명이 죽었는데 어째서 당신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느냐"는 등의 질문을 쏟아내자 "우리는 피해자이며, 우리 검열단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억지 주장만 되풀이 했다고 참석한 일본 대사가 밝혔다.

남북의 설명을 듣고 난 뒤 이사국들의 반응은 분명했다.

일본 대사는 "한국의 조사는 매우 확신에 찬 것이며, 내부 폭발이 아니라 외부 폭발임을 입증했다"면서 "당시 사고 현장 부근에서 사라진 잠수함은 북한의 잠수함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터키 대사도 "한국의 과학적 조사에 수긍이 가며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북한은 합당한 안보리의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고, 오스트리아 대사도 양국의 주장 중에 어느쪽이 설득력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한국의 조사 결과가 매우 설득력 있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상임이사국들 역시 모두 합조단의 설명에 만족을 표시했다고 유엔 관계자들은 전했다.

다만 중국 대사는 "남북 양쪽의 의견을 잘 들었다.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만 말해 여전히 확실한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러시아도 분명한 입장 표명은 피했다.
안보리는 추가 논의를 거친 뒤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여전히 유보적 입장이어서 빠른 논의 진전이 이뤄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안보리 이사국 대표들이 오는 19일부터 열흘간 아프가니스탄 현장 시찰을 떠날 예정이어서, 금주 중 논의가 마무리 되지 않을 경우 최종 결정은 내달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합조단은 15일 오후(현지시간) 유엔주재 한국대표부에서 스페인, 캐나다, 이탈리아, 호주 등 비안보리 회원국 대사 20여명을 초청해 조사 결과 브리핑을 할 예정이고, 북한측은 이날 오전 유엔 본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 예정으로 있어 유엔 무대의 남북간 천안함 공방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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