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9월 16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진행된 IRBM(중거리급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장면을 공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9월 16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진행된 IRBM(중거리급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장면을 공개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왕이, ‘대화·소통’ 언급한 지 5일만

“그래도 원유차단은 하지 않을 것”
“JSA 탈북 등 내부체제 결속 의도도”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북한이 29일 지난 도발로부터 75일 만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화성-15형’을 발사하면서 한반도 전역에 긴장감이 돌고있다.

중국은 지난달 당 대회 이후 대북 특사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지 못했음에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대화로 서로의 응어리를 풀어야 한다’는 등의 6자회담 참여를 촉구하며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었다. 하지만 불과 5일전의 왕 부장의 발언에도 북한은 이날 새벽 3시 이전의 ICBM급 화성-14형보다 고도화된 화성-15형을 쏘며 중국을 무시하는 ‘마이웨이’를 고수했다.

지난 수년간 북중 관계는 계속해서 악화돼 왔다. 중국은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계기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무조건 옹호가 아닌 일부 대북제재에 손을 들어 줬고, 이번 ICBM 도발로 북중 간 갈등이 더욱 깊어졌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런 중국의 압박은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기간 중 있을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추가 배치 금지, MD 체계 편입 금지, 한·미·일 군사동맹 금지 등 중국의 지상 목표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가장 거슬리는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따른 것이므로 한반도 추가 사드배치를 막기 위해서라도 북한을 자제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런 북한의 마이웨이에도 중국은 북한의 목숨과도 같은 원유공급만큼은 차단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석복 전 유엔사 정전위 수석대표는 “북한은 상당히 조급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미국과 직접 대화를 하겠다는 결단”이라며 “중국에도 우리 결단에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경고를 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유엔의 제재가 계속되고 있지만 (중국은) 북한이 망해선 안 되기 때문에 지원을 끊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중국은 북한이 망한다면 직접 미국과 상대해야 한다. 중국은 이것이 매우 껄끄럽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날 ICBM을 발사한 의도의 상당 부분은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탈북한 병사를 의식한 내부 체제 결속의 이유도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생색내기’일 뿐 실질적인 제재는 없을 것으로도 판단했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은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말리는 것처럼 해도 북한이 핵 무장하게 되면 자기 역할을 대신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정말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거슬린다면 우리나라 사드 배치에 집요하게 굴던 것처럼 원유공급을 끊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병진 외대중국문제연구원 중국 북경대학원 박사도 “중국은 유엔 안보리 규정을 언급하며 북한에 대해 한반도 긴장을 가속하는 행동을 중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라며 “하지만 이는 지극히 제3자적이고 표면적인 반응”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서 미사일을 쏠 때마다 중국의 입장은 항상 같았고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중국은 경제발전을 통해서 미국을 넘어서기까지는 주변에서 전쟁이나 무력행사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고 있다”며 “만약 전쟁이 발생하면 중국은 경제 발전에만 투자하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중국은 현상유지를 하려고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중국 외교부는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엄중한 우려와 강력한 반대를 표명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에 대한 평론을 요구받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활동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다”면서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활동에 대해 엄중한 우려와 반대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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