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억의 밤’ 스틸. (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1.29
영화 ‘기억의 밤’ 스틸. (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1.29

장항준표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 
열심히 준비한 9년 만의 복귀작
쉴 틈 없이 몰아치며 반전 노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2014년 연말, 합정동의 작은 술자리에서 꾸물꾸물 이어진 상상의 시작은 이러했다. 집을 나간 형이 가출 10여일 만에 돌아오는데 기억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와 생활하는 동생은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된다. 이 남자는 우리 형이 아니다.’

장항준 감독의 발칙한 상상에서 시작된 영화 ‘기억의 밤’이 29일 관객과 마주한다. 영화 ‘기억의 밤’은 납치된 후 기억을 잃고 변해버린 형 ‘유석(김무열 분)’과 그런 형의 흔적을 쫓다 자신의 기억조차 의심하게 되는 동생 ‘진석(강하늘 분)’의 엇갈린 기억 속 살인사건의 진실을 담은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화창하게 맑은 날 진석은 새집으로 가는 자동차 안에서 눈을 뜬다. 만성 신경쇠약을 앓는 삼수생 진성은 공부·운동 등 못하는 것 없이 완벽한 형 유석을 존경한다. 진석의 가족은 새집에서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화목한 시간을 보낸다.

비가 쏟아지던 어느 날 유석은 정체 모를 괴한들에게 납치당한다. 이 모습을 본 진석은 형을 납치한 차량 번호판을 똑똑히 외워 형사들에게 알리지만 형사들은 해당하는 차량의 번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후 진석은 매일 밤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며 불안해한다.

영화 ‘기억의 밤’ 스틸. (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1.29
영화 ‘기억의 밤’ 스틸. (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1.29

납치된 지 19일째 되는 날 유석은 그간의 기억을 잊은 채 돌아온다. 진석은 어딘가 모르게 변해버린 유석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급기야 진석은 자신의 형이 아닐지도 모른다며 유석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장항준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기억의 밤’은 독창적이고, 흡입력 있는 이야기와 강렬한 반전으로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9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작이라 그런지 장항준 감독이 준비를 꼼꼼하게 한 모양새다. 2014년 말 처음 소재를 떠올린 장 감독은 시나리오 구성 단계부터 초고를 쓰기까지 1년의 공을 들였다. 그는 인물 관계도와 신, 시퀀스 등 내용을 수차례 수정하면서 3권의 시나리오 구상 노트를 빼곡하게 채웠다.

장 감독은 “제가 관객이라고 생각했을 때 예측이 쉽지 않았으면 했다. 계속 관객에게 몰아치면서 별거 아닌데 집중하게 만들고 싶었다”며 “화려한 기교를 보여주기보다는 캐릭터의 감정을 따라가며 묵직한 긴장감과 몰입감을 최대한 단순하게 연출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기억의 밤’ 스틸. (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1.29
영화 ‘기억의 밤’ 스틸. (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1.29

그가 열심을 낸 흔적이 영화에 보인다. 장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초반 치밀한 연출과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한다. 진석의 가족이 새집으로 이사 온 날부터 이야기는 쉴 새 없이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영화 곳곳엔 ‘꿈’ ‘잠긴 방의 문’ 등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장치들이 숨어 있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무엇보다도 아주 친숙하고 안정적인 존재가 완전히 낯선 존재라는 설정이 소름 끼친다. 참신한 설정은 다양한 영화 관람으로 눈 높아진 관객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이야기의 시간은 진석의 시선과 내래이션에 따라 흐른다. 유석을 의심하기 시작한 진석은 신경쇠약을 앓고 있는 자신의 기억이 현실인지, 환상인지 혼란스러워한다. 가장 믿었던 가족과 존경했던 형, 자신조차 믿을 수 없는 진석은 극도로 불안해하며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지 못한다.

영화 ‘기억의 밤’ 스틸. (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1.29
영화 ‘기억의 밤’ 스틸. (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천지일보(뉴스천지) 2017.11.29

강하늘과 김무열이라는 카드는 적재적소에 쓰였다. ‘동주’ ‘재심’ ‘청년경찰’ 등 올해 열심히 일한 강하늘은 군입대 전 마지막 작품으로 ‘기억의 밤’을 택했다. 이번에도 강하늘은 역시 잘했다. 스크린 위를 뛰어놀며 복잡한 내면으로 고통 받는 진석으로 열연했다. 유석 역은 착한 얼굴과 섬뜩한 얼굴 두가지 면모를 가진 김무열이 맡아 야누스적인 매력을 선보인다. 눈에서 하트가 나오는 다정한 형의 모습부터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서늘한 눈빛까지 상황에 딸라 달라지는 그의 연기는 감탄을 자아낸다.

논어(論語)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말했다. 장 감독은 9년 동안 모아온 엑기스를 쏟아 붙고 싶었던 것일까. 영화는 반전의 반전을 위한 설정이 너무 많아져 복잡스럽다. 정작 ‘기억의 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친절한 설명은 덤이다. 1000조각짜리 퍼즐을 맞추러 갔다가 100조각짜리 퍼즐을 맞추고 나온 기분이다. 반전이 밝혀지면서 마지막에 밝혀질 숨겨진 진실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기 마련이나 영화는 후반부로 향해 갈수록 맥이 빠진다. 미스터리 스릴러물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예상되는 전형적인 클리셰 장치도 아쉽다. 개봉은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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