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시범사업 한 달] 존엄사 사례 계속 나오지만, 아직 갈 길 멀어
[연명의료 시범사업 한 달] 존엄사 사례 계속 나오지만, 아직 갈 길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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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연명의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환자 존엄·가치 보장 취지 法
법 완화 등 각계 의견 분분해
의향서작성, 환자들 문의 많아
시범기관 방문해야 하는 불편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연명의료를 중단해 임종한 환자의 사례들이 국내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연명의료결정법의 내년 시행을 앞두고 진행 중인 연명의료 시범사업에 사회적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연명의료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소화기 계통 암으로 치료받던 50대 남성이 사망했다. 그는 임종 한달 전 “연명 의료를 받지 않겠다”며 연명의료계획서에 서명했고 이후 병세가 악화돼 자연사했다. 아울러 최근 존엄사 사례는 총 7건에 달한다.

28일 보건복지부(복지부)는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던 말기 환자 11명 중 7명이 최근 연명 치료를 받지 않고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7명은 70대 남자 1명(패혈성 쇼크, 다발성 장기부전), 50대 남자 2명(말기암), 40대 남자 1명(뇌출혈), 80대 여자 1명(다발성장기부전, 호흡부전), 또 다른 80대 여자 1명(만성호흡부전, 신부전), 60대 여자 1명(다발성 골수종, 폐렴)으로 알려졌다. 이들 7명 중 2명은 담당 의사를 통해 연명의료 계획서를 썼다. 이중 4명은 환자 가족 2명 이상의 일치된 진술로 연명 의료 중단·유보 의사를 확인했고 나머지 1명은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연명의료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것으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투여 등의 의료행위를 말한다. 의료진은 연명의료계획서에 서명한 환자 본인 의사에 따라 환자가 임종기에 접어들었을 때 인공호흡기 착용, 심폐 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등을 시행하지 않는다. 다만 연명의료계획서에 서명한 후 연명의료는 중단하더라도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행위나 영양분·물·산소 공급은 중단할 수 없기 때문에 치료는 계속 이뤄진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법, 존엄사법)’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에 대한 결정을 제도화함으로써 환자가 스스로 연명의료 시행 여부를 결정해 환자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지난달 시범사업에 들어간 연명의료법의 제도를 통해 이제부터는 국민도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인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말한다.

연명의료법과 관련해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법은 당연히 필요하다”면서도 “현대 의료기술로 환자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지만 법 자체가 인위적으로 환자의 생명을 앞당겨서 사망하게 만드는 제도인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의료계에서 연명의료법의 완화를 원하지만 동의할 수 없다”면서 “법 남용의 소지와 국민 우려가 있을 수 있기에 처음 법을 제정할 때는 법의 보호 장치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대표에 따르면 일부 의료계에서 가족전원의 동의를 받기 위한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법 개정을 통해 가족 1~2명에게만 동의를 받도록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사자 본인이 사전에 의사표시를 하지 않고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에는 가족전원이 동의해야 한다”며 “이후에 연명의료법을 실행하고 나서 법 보호 장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확증될 때 법을 완화해야 한다”며 법 완화에 대해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을 원하는 경우에는 연명의료계획서 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서명해야 한다. 연명의료계획서란 회생 가능성이 없는 말기·임종기 환자가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 착용 등 생명을 연장하는 연명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 의사가 이 뜻에 따르겠다고 확인하고 작성하는 문서이다. 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 성인이 현재 건강 상태와 상관없이 추후 자신이 말기·임종기에 들어섰을 때 연명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히는 취지로 작성하는 문서이다.

한편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 작성과 등록을 하는 시범사업 기관에서는 사전의료의향서 작성과 관련해 환자들의 문의가 뒤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창준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상담사는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을 원하는 사람들과 전화 상담을 해보면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을 이곳에 와서 직접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며 “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거동이 불편해 작성을 원하지만 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해 복지부에 의견을 올렸지만 아직 회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는 정부에서 구체적인 언급이 없기 때문에 이곳을 방문해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지만 향후 이곳을 방문할 수 없는 사람들에 한해 방문상담 등을 할 수 있도록 법이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연명의료계획서 작성과 이행은 강원대병원,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영남대의료원, 고려대구로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울산대병원, 제주대병원, 충남대병원 등 10개 의료기관에서 작성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각당복지재단, 대한웰다잉협회, 세브란스병원, 충남대병원, 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 등 5곳에서 작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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