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등장한 국민청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직접민주주의의 창구로 제도화되고 있다. 청와대에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민주적인 방식에 따라 국민이 바라는 바를 파악하고 개선시키고자 실시하고 있는 ‘국민청원’ 난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정치개혁’ 게시판에 ‘신광렬 부장판사를 해임시켜주세요. 문제가 심각합니다’라는 제목이 떠있는바, 개설된 지 4일 만에 청원자가 1만 6천명을 넘어서고 있다.

그 발단은 신광렬 부장판사가 군부대 댓글 공작 혐의를 받고 구속된 전 정부의 국방부 장관과 정책실장이 청구한 구속적부심에서 “이유 있다”고 인용해 석방했기 때문이다. 전 정부나 현 정권을 불문하고 특수계층이 권력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불법을 저지르고 국민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는 반(反)민주적 작태로 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검찰조사에서 확인된 18대 대선에 불법 관여한 국정원과 군의 범죄 가담자들은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진위가 명백히 밝혀지겠지만 검찰의 소추권 못지않게 피고인들의 방어권도 소중한 자유권 중 하나다.

신 부장판사의 사법적 판단을 두고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시각 차이는 크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법원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짐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 말한 데 반해, 법대교수 430명이 회원으로 있는 전국법과대학교수회에서는 지난 27일 “담당 판사에 대한 과도한 비난은 사법권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 등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또 교수회에서는 “집단으로 인격 살인에 가까운 막말을 하고 정치인들까지 가세하는 것은 책임 있는 시민의 자세라고 할 수 없다”는 말로 정치인들에게 일침을 놓았다.

헌법상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며(헌법 제27조 제1항) 또 유죄 판결 확정될 때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신 부장판사에 의해 석방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해 검찰이 기소하게 되면 재판과정에서 유·무죄가 가려질 것이다. 설령 당사자들이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범죄에 가담했다면 그 죄상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검찰이 구속 만능주의에 갇혀있다”는 일부의 비난이 나오는 마당에 정치권에서는 특정이념에 편승해 국민의 이름으로 칼춤 추려는 작태를 멈춰야 할 테고, 검찰에서도 수사를 통해 특수권력의 정치개입에 종지부를 찍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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