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산 신임 문화예술위원장 2017.11.27 (제공: 문화체육관광부)ⓒ천지일보(뉴스천지)
황현산 신임 문화예술위원장

박근혜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 올라
성북구, 내달 17일까지 황현산 기획전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5개월간 공석이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ts Council Korea, 아르코)의 위원장 자리가 새 주인을 맞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새로운 문화예술위원장(문예위원장)에 문학평론가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를 위촉했다고 27일 밝혔다. 신임 문예위원장의 임기는 3년으로 2020년 11월 26일까지다.

황현산 신임 문예위원장은 1945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고, 고려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80년 경남대 조교수로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강원대 문과대학 교수를 거쳐 고려대 문과대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2010년 정년퇴임했다. 그는 2012년에 팔봉비평문학상·대산문학상·아름다운작가상 등을 연이어 수상했다.

황 문예위원장은 2006년 9월 한국번역비평학회를 설립하고 초대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생택쥐페리의 ‘어린 왕자’, 파스칼 피아의 ‘아뽈리네르’,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 등 다수의 프랑스 작가의 책을 번역했다. 저서로는 ‘말과 시간의 깊이(2002)’ ‘잘 표현된 불행(2012)’ ‘밤이 선생이다(2013)’ 등이 있다.

황현산 문화예술위원장의 2013년 저서 ‘밤이 선생이다’ (출처: 교보문고)
황현산 문화예술위원장의 2013년 저서 ‘밤이 선생이다’ (출처: 교보문고)

이 중 ‘밤이 선생이다’는 황 신임 문예위원장이 4년간 일간지에 실었던 칼럼과 80·90년대에 썼던 글들을 모아 엮은 책으로, ‘과거도 착취당한다’ ‘김지하 선생을 추억한다’ ‘역사는 음악처럼 흐른다’ 등의 여든 편의 에세이를 담고 있다.

최근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퍼스트레이디 김정숙 여사에게 이 책을 선물해 다시 화제를 모았다. 김정숙 여사는 “시대의 비천함을 함께 마음 아파하고, 더러 못생긴 것, 낮게 놓여있는 것, 투박하거나 소박한 것을 향하는 선생의 따뜻한 시선”이라고 답례를 보냈다.

이처럼 교육자·문학평론가·작가로서 명성을 날리던 그가 새로 둥지를 튼 아르코는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문화예술지원기관이다. 단체는 매년 2천억원 이상의 문예진흥기금을 집행한다.

아르코는 박근혜 정부 때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을 지원에서 배제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 6월 감사원의 조사결과 아르코가 부당한 사유로 지원 배제한 사례는 364건이었다. 이에 박명진 전(展) 문예위원장은 임기를 1년 남겨두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7월부터 실시한 문예위원장 공모에 20명이 지원해 경합을 벌였고,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심재찬 전 대구문화재단 대표·양기철 충청오페라단장·정희섭 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장·임정희 문화연대 공동대표 최종 5명의 후보 중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가 선출됐다. 눈여겨 볼 것은 그의 이름이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랐었다는 사실이다.

문체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그간의 공백을 깨고 새롭게 출발하게 된다”면서 “30여 년간 학자와 평론가로 활발히 활동하며 문화 전반에 대한 폭넓은 통찰과 식견을 보여준 신임위원장이 기관 현안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 성북구 성북예술창작센터 ‘문인사 기획전3 황현산’ 공식 포스터. (출처: 성북구청 공식블로그)
서울 성북구 성북예술창작센터 ‘문인사 기획전3 황현산’ 공식 포스터. (출처: 성북구청 공식블로그)

한편 서울 성북문화재단은 성북예술창작센터에서 지난 17일부터 ‘문인사 기획전3 황현산’을 진행하고 있다. 문인사 기획전은 서울 성북구에 기반을 둔 문인 중 당대 시대정신에 걸맞은 인물을 매년 한 명 선정해 집중 조명하는 전시다. 2015년 신경림, 2016년 조지훈에 이어 황현산이 세 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전시장에는 황 신임 문예위원장의 저작물·인터뷰·강좌 영상 등 아카이브 자료가 전시되며, 시각예술작가들이 그의 글을 재해석해 만든 설치·영상·평면 작업 등으로 함께 꾸며진다. 또한 오는 12월 5일에서 7일까지 ‘시(詩/時)를 살다/하다’를 주제로 황 위원장이 직접 시 강좌를 진행한다. 전시는 오는 12월 17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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