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성순 위원장 “구제역은 관재(官災)이자 인재(人災)” 4대강 “환경문제 소홀하면 성공 어려워” [천지일보=전진현 수습기자] 환경·노동 현안에 대한 견해를 하나하나 풀어놓는 어조는 분명하면서도 힘이 넘쳤다. 자신의 전문분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관련 현안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위원장인 김성순 의원(민주당)은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환경과 노동문제만 해결해도 우리나라는 복지국가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1940년생으로 국회 내에서 고령에 속하지만 당 안팎에서 종횡무진하는 김 위원장은 ‘4대강 저격수’로 불릴 만큼 자신의 분야에 대한 열정이 넘쳤다. 김 위원장을 지난 5일 환노위 위원장실에서 만나 환경과 노동 현안에 대한 폭넓은 견해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구제역이 진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이번 구제역 사태가 준 교훈은.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사상 초유의 구제역 파동으로 소 15만 두, 돼지 332만 두가 매몰처리됐다. 전국의 가축 매몰지 수는 12개 시·도, 82개 시·군·구에 걸쳐 4571개소에 달한다. 가축전염병은 예방에 힘써야 한다.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초기대응을 철저히 해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구제역 파동은 정부가 초기방역에 실패해 전국적인 확산을 초래했다. 축산 인프라를 붕괴시킨 관재(官災)이자, 인재(人災)인 것이다. 매몰처분을 할 때도 매뉴얼에 따라 안전하게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2차 오염문제인 침출수에 따른 환경오염과 지하수오염, 상수원오염 등이 큰 문제로 대두됐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가축질병 방역체계 개선 및 축산업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회 환노위 차원의 구제역 사후대책은 무엇인가. “우선 지난 3월 임시국회 때 경기도 이천 등 팔당상수원 부근의 가축매몰지 현장을 방문해 실태조사를 했다. 제가 환노위 산하에 ‘구제역 매몰지 주변 환경관리대책 소위원회’를 구성해서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해 가결시켰다. 소위원회는 구제역 가축 매몰지 조사 및 정비와 보완, 침출수 처리 및 저감대책, 매몰지 주변 하천 수질 및 토양관리 등 전반적인 환경문제를 다루고 있다. 여름철 장마를 대비하기 위해 경사지와 하천변·저습지 등 부적정한 토지에 조성한 매몰지에 대해 옹벽과 차수벽, 빗물차단 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정비·보완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구제역 가출매몰에 따른 침출수 유출, 지하수와 토양오염, 상수원 오염 가능성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관련법을 정비·보완해 환경부가 환경 주부무처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법적 뒷받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피해 축산농가에 대한 보상도 충분하게 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4대강 저격수’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4대강 사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에 따르면, 4대강 가운데 한강과 금강, 영산강의 준설공사가 이달 말 마무리될 계획이라고 한다. ‘포스트 4대강’ 이후가 궁금해졌다. “구제역 매몰지 오염 차단 역부족… 관련법 정비로 환경부 역할 강화” “글로벌시대 해외취업 양성 힘써야… 효율적인 한국적 복지모형 필요” -바람직한 4대강 사후관리 방안은. “4대강 사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후 관리가 굉장히 어렵다. 무엇보다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포스트 4대강 문제에 나서야 한다. 물을 아무리 담아놓으면 뭣하겠느냐. 이 물이 깨끗해야 한다. 오염원을 차단하는 문제 특히 지천관리가 중요하다. 지천을 중심으로 한 오폐수 처리, 축산폐수 처리, 하수도 전용관로 등이 중요하다. 물을 확보했으면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확실한 방안이 없다. 정부가 저장한 물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합리적으로 세워야 한다. 환경 측면에서 총괄적으로 다루지 않으면 4대강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앞으로 친수구역 개발은 4대강 주변의 산과 들의 문화와 환경을 파괴하고, 막개발과 난개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최소화해야 한다.” -최근 쟁점이 되는 원전 안정성에 대한 견해는. “원전을 폐기하자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는 원전이 위험하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원전을 위험하지 않게 보완하고 건설하며 운영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어도 필연적으로 해야 한다. 원전은 안전하게 운영해도 나중에 폐기물 처리가 문제가 된다. 원전이 불가피하더라도 최소한 줄여나가야 한다. 원자력에만 의존하지 말고 대체에너지 개발에도 힘써야 한다. 비단 경제활동 측면뿐만 아니라 환경을 보존 내지 보호하지 않으면 인류의 생존이 어렵게 된다. 원전을 되도록 줄여나가야 한다. 기존 원전은 안전하게 운영하고, 대체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환경전문기자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환경인’으로 꼽히는 등 환경 현안에 관심이 많다. 이와 관련 환경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4대강 사업과 그린벨트 보금자리주택 건설과 같은 개발 위주의 성장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본다. 환경과 경제의 조화를 추구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환경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을 미래 지향적으로 전환하는 데 힘쓸 예정이다. 환경정책의 패러다임을 기존의 매체중심, 사후처리방식 중심에서 국민건강과 생태계 보호에 중점을 둔 통합적이고 예방적인 환경 보건정책으로 전환하도록 심혈을 기울여 왔다. 뒤따라가는 사후처리 중심의 환경정책이 아닌, 예측하고 예방하는 환경정책이 중요하다.” -노동시장의 어려움을 공감하는 만큼 환노위에 있는 동안 해외취업자 양성에 주력하고 싶다고 했는데. “글로벌시대를 맞아 국내 일자리뿐만 아니라 해외일자리 창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젊은이의 활동무대를 국내에 국한시키지 말고 해외로 눈을 돌리게 해야 한다. 해외에서 한국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이 충분하다. 해외에 취업자를 파견하고 현지에서 창업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특히 각국에 나가 있는 해외공관에 고용협력관을 파견해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을 도와야 한다. 또 해외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을 연결해 해외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창출해야 한다. 청년실업과 더불어 노인, 주부 등 사회적인 약자에 대한 대책도 매우 중요하다. 여성들이 일과 가정에 양립할 수 있도록 보육지원을 강화하고, 청년·노인·주부 등 계층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교육과 복지 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사회적 일자리를 현재의 12%에서 25%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복지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는데 어떠한 의미인가. “복지는 체제나 이념과는 관계없다. 좌나 우의 문제가 아니다. 복지는 반드시 해야 할 목표이며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복지 논쟁이 정부 여당으로 하여금 적극적인 복지로 가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제는 국내외 급속한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한국적 복지모형을 마련해야 한다. 취약계층 중심의 제한적·소극적인 복지정책에서 탈피해 모든 국민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보편적·적극적인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 복지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강화하는 복지국가를 지향해야 한다. 자원봉사 활성화와 기부문화 확산 등 복지에 대한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복지사회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 “5대 노동현안인 ▲쌍용차 ▲한진중공업 ▲현대차 비정규직 ▲삼성전자 산재 ▲전북 시내버스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환노위는 860만 명 규모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와 함께 산업재해 문제에도 관심이 있다. 매년 산업재해로 약 2000명이 사망한다. 이는 후진국에 속하는 것이다. 산재보험을 더욱 발전시키고 노동현장의 사고를 계속 줄여나가야 한다. 정부도 산업안전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4대강 사후관리와 관련한 환경 보장성 문제와 안전한 석면관리 문제에도 힘쓸 계획이다. 노동과 환경문제만 잘 해결하면 우리나라는 복지가가 될 수 있다. 총선과 대선이 내년으로 다가온 만큼, 민주당 서울시당 위원장으로서 서울시당을 당원이 강한 시당으로 만들 계획이다. 정책기능을 대폭 강화해서 내년 정권 재탈환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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