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감리교 사태가 도를 넘어섰다. 전·현직 감독들이 3일 자체적으로 총회를 열어 법원이 세운 현직 감독회장 직무대행을 불신임하고, 새로운 감독회장 직무대행을 선출한 것이다.

과거 2명의 감독회장을 뽑아 계파 간 심한 갈등과 내홍을 겪고 있는 감리교가 이번 사태로 불법을 넘어 초법이 난무하는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태생부터 다른 두 감독회장 직무대행이 어떠한 후폭풍을 몰고 올지, 어떤 비책을 내놓아 감리교 사태를 잠재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총회에 합세한 김국도 목사 측은 전·현직 감독들과 함께 새 직무대행 체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비상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이날 총대들은 감독회장 부재로 은퇴 후에도 유지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신경하 전 감독회장의 모든 직임을 해임하자는 안건을 내고 일사천리로 가결해 본부 측을 압박했다.

이뿐 아니라 본부 재정을 동결하기 위해 연회분담금을 총회에 내는 것이 아니라 새 집행부에 납부하기로 의결해 감리교 본부 장악 의도를 완전히 드러냈다.

총회 본부는 곧바로 성명을 내 6·3 천안 총회를 ‘불법 총회’로 규정, 모든 결의를 원천 무효라고 천명했다. 또 차후 예상되는 본부 불법 점거에 대해 이규학 감독회장 직무대행은 법적인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본부는 “‘교리와 장정’에서 ‘총회는 … 감독회장이 소집한다’고 못 박고 있다”며 “법적 지위가 없는 전·현직 감독에 의한 총회를 빙자한 모임은 소집절차를 무시한 채, 총대를 기망(欺罔 속이다)하여 모인 것으로 결코 성립할 수 없다”면서 전·현직 감독과 김국도 목사 측을 싸잡아 비난했다. 앞으로 양 진형의 충돌은 불가피하게 보인다.

감독회장 선거와 이번 사태를 놓고 “권력에 눈이 멀어서 학연과 파당으로 감리교회를 난도질하고 있다”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교단 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기자도 ‘원수라도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정신을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이웃 종교에서도 소통과 화합을 외치며 교단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데 최우선 과제를 삼고 있다.

기독교계가 교권을 둘러싼 야합집단으로 비쳐야 하겠는가. 감리교 사태를 바라보니 교권과 교리적 문제로 수백여 개로 갈라진 한국교회의 자화상을 보는 듯 마음이 씁쓸하기만 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