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소설가 문화칼럼니스트

30년 동안 거짓말만 연구해 온 ‘거짓말의 달인’이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펠드먼 교수다.

그가 이런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서로 낯선 100명을 모아 놓고, 그들의 첫 대면 대화 내용을 몰래 녹화했다. 나중에 그 진위를 확인해 보니 놀랍게도 그들은 줄기차게 거짓말을 해댄 것으로 밝혀졌다. ‘상대로부터 호감을 사라’는 등의 임무를 부여받은 사람은 더욱 더 왕성하게 거짓말을 쏟아냈다. 이들은 10분 대화하는 동안 평균 세 번 거짓말을 했다. 열두 번 한 사람도 있었다.

펠드먼 교수의 저서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을 한다>에 실린 내용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거짓말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아주 평범한 현상이라고 말한다. 마치 무의식중에 숨을 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내가 안 그랬어요. 멍멍이가 그랬어요”라는 세 살 먹은 아이의 뻔한 거짓말부터, 바람을 피우고서도 시치미를 떼거나 사기를 치는 등의 악의적인 거짓말까지, 인간들이 어떤 거짓말들을 어떤 식으로 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정치인들은 “효과적으로 자기 제시를 해야 하는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리며 끝도 없이 여러 사람과 비교 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겉치레 속임수가 난무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정치인에게 거짓말은 운명처럼 따라붙는 필수 아이템인 셈이다. 그렇다면 정치인의 거짓말을, 충분히 그럴수 있겠구나, 하며 당연한 것으로 인정해 주어야 하는 것일까.

거짓말은 때론 불안감을 없애고 대화를 원활하게 할 뿐 아니라 상대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우리가 하얀 거짓말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조금 덜 예뻐도 “참 예쁘구나” 하거나, 조금 서운해도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하얀 거짓말일 것이다. 사기 치기 위한 게 아니라면 하얀 거짓말은 많이 할수록 좋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지금 불순하고 악의적인 거짓말들에 시달리고 있다. 한 쪽에선 죽어도 진실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다른 쪽에선 거짓말이라고 날을 세운다. 다시 이쪽에서 거짓말이라는 증거를 대봐라, 거짓말이라고 하는 너희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핏대를 세우고 급기야 죽기 살기로 드잡이를 한다.

진실공방은 우리 사회의 일상 풍경이 되어 버렸다. 인터넷이라는 광대한 공간에선 우주의 무수한 별들처럼 거짓말들이 떠돌고 있다. 과연 무엇이 거짓이고 또 무엇이 거짓 아닌지, 거짓말인 것들과 거짓말 아닌 것들이 충돌하고, 또 다른 거짓말들이 만들어지고 또 사라진다. 어떤 거짓말은 좀비처럼 죽지도 않고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간다. 아니면 말고식의 유언비어와 선동적인 거짓말들도 난무한다.

선거를 치르면서, 정치하는 그들 혹은 그들을 추종하는 자들 중 많은 이들이 거짓말을 해댔을 것이다. 우리들은 그들의 말이 거짓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들 누군가에게 표를 준다. 거짓일지언정 믿고 싶은 거짓도 있을 것이고, 명백한 거짓인 줄 알면서도 표를 줄 수밖에 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도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