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직종이 무엇이든 직급이 무엇이든 현재 근무하고 있는 곳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p.122)

은행 청원경찰 한원태 씨에 대한 신화는 이미 여러 매스컴을 통해 자세히 알려진 바 있다. 정식직원도 아닌 청원경찰이 한 은행의 지방지점에서 혼자 힘으로 예금의 60%를 넘는 360여 원의 예치실적을 올린 일화나, 은행원의 불친절로 등을 돌린 고객들의 식당에 찾아가서 설거지를 돕고 결국 예금을 예치해 낸 이야기는 금융업계에선 ‘전설’로 통한다.

한 씨의 성공은 ‘진실’과 ‘성실’ 그리고 ‘주인정신’에서 비롯됐다. 어렸을 때부터 가난의 괴로움을 겪은 한 씨는 노력 끝에 재단사, 대기업의 피팅 모델이 돼 주목을 받게 된다. 하지만 순간의 자만으로 몸을 관리하지 않았던 한 씨는 일자리를 잃고, 행상을 통해 제기를 꿈꾼다.

이후 한 씨는 청원경찰이 돼 중소기업은행 동수원지점에서 첫 파견근무를 하다가, 서울은행(하나은행 합병 전) 석수출장소로 자리를 옮긴다. 당시만 해도 청원경찰은 강도를 막는 일만 잘하면 그만이었고 지금처럼 고객 중심으로 은행 시스템이 돌아가던 시절이 아니었다.

처음에 한 씨는 한국보안공사에서 배운 대로 인상을 험악하게 하고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는 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근무에 임하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한 씨에게 돌아온 것은 ‘청원 경찰의 태도가 너무 딱딱하고 위압적’이라는 평가 보고서였다. 겨우 얻은 일자리를 잃게 된 처지에 놓인 한 씨는 일생을 바꾸는 중요한 선택을 한다. 당시에는 아무도 실천하지 못한 ‘고객 감동’을 위해 몸이 망가지도록 뛰고 또 뛰었다. 그때부터 한 씨는 진심에서 우러난 친절을 베풀고 심지어 모든 고객들의 신상을 기억하기 위해 관리 노트를 만들기까지 했다. 정식직원도 아닌 청원경찰이 그런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

결과는 대단했다. 혼자 예치한 신용카드 당행 체결계좌만 3500여 개에 달했다. 그러나 영광도 잠시, 숱한 고난이 그를 따라다닌다. 정식직원이 아닌 관계로 모든 실적을 동료 은행 직원들에게 뺏기기도 하고, 내부의 갖은 시기도 감내해야 했다. 우열곡절 끝에 정식직원이 된 이후에도 비리와 이기주의가 그를 괴롭혔지만 끝내 한 씨는 자신을 20여 년간 믿어준 고객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환한 웃음으로 보답한다.

한 씨의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거기엔 ‘선각자’가 겪어야 하는 인생이 담겨있다. 사고가 트인 사람은 남과는 다른 생각을 했으며, 뜨거운 열정을 가졌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한 일은 소신 있게 밀고 나갔다. 그 과정에서 내부 반발이 생긴다. “왜 그렇게 혼자 돋보이느냐? 쉽게 쉽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 반발은 곧 수그러든다. 결과가 증명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갖은 시기가 호시탐탐 그 사람을 집어 삼키려고 한다. 그래도 쓰러지지 않는다.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는 주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진심으로 돕고자 했던 사람들이 나중엔 자기를 살리는 것을 느끼며 주인공은 결국 승리한다.

한 씨의 이야기는 이러한 과정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책은 이런 의미에서 한 청원경찰의 성공, 그 이상의 의미를 던져준다. 소신 있게 추진하던 일이 벽에 부딪쳤을 때, 좌절감과 패배감이 온 몸을 휘감을 때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운영 지음 / 다빛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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