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1964년 4월 20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한 법정에서 넬슨 만델라는 이렇게 선언했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화목하게 그리고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으며 살아가는 자유민주사회에 대한 이상을 간직해왔습니다. 그것은 내가 희망하고, 달성하고자 하는 이상입니다. 필요하다면, 나는 그 이상을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만델라는 이 법정에서 사보타주(불법 노동자 쟁의행위)와 폭력혁명을 획책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 받았지만, 그의 감동적인 자기 변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민주주의의 신호탄이 됐다.

말은 사람을 지배한다. 특히 위대한 연설가의 말은 수백 기의 전투기나 미사일보다 더 강한 위력을 갖는다. 역사가 그 사실을 증명한다. 아돌프 히틀러가 그랬고, 윈스턴 처칠이 그러했다.

이런 의미에서 듣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나아가 그들을 하나로 묶어 움직이게 하는 힘이 깃든 연설은 리더가 갖춰야할 필수 자질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책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가장 위대한 연설 100편을 수록해 놓았다. 기원전 399년 소크라테스의 변론부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까지 전세기를 아우르는 인용구절들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각 연설자의 스타일에 대한 연구가 충실히 돼 있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오바마의 경우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연설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역경을 이겨낸 그의 솔직함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항상 좋은 반응을 얻는다.

오바마 연설의 핵심 포인트는 바로 ‘연결성’이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유머로만 사용하지 않는다. 단순한 개인의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포용적인 미국을 상징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그의 연설법이다.

그는 청자를 배려하며, 일부러 같은 세대의 평범한 사람들이 쓰는 일상 언어를 사용한다. 듣는 사람이 자신에게 친밀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책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짚어주는 동시에 중요 구절을 축약해 전하면서 각 인물들이 사용했던 연설 테크닉을 자세하게 풀어낸다. 동시에 당시의 정세, 갈등을 이해하고 살펴볼 수 있도록 연설이 나온 역사적 맥락도 함께 담아 놓았다. 다만 전문을 싣지 않았기 때문에 책 뒷장에 첨가돼 있는 전문 수록 사이트에 꼭 들어가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사이먼 마이어‧제레미 쿠르디 지음 / 쌤앤파커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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