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복 한국문화안보연구원 이사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한국문화안보연구원에서 진행된 본지와 인터뷰에서 ‘정전협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인터뷰] 이석복 한국문화안보연구원 이사장
“유엔사-북한군, 유일한 협정”

‘정전협정 관리’ 유엔사 임무
“평화협정, 무서운 함정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김정필 기자] 북한군 병사 1명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하는 과정에서 이 병사를 추격하는 북한군이 ‘정전협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정전협정’ 자체에 대한 관심도 올라갔다.

우리 군과 북한군이 6.25전쟁 이후 줄곧 지켜오고 있는 정전협정은 언제 시작됐으며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독일에서 열린 G20정상회담에서 언급한 ‘평화협정’과 어떻게 다를까.

정전협정의 의미와 평화협정에 대해 한미연합사부사령관과 유엔군사정전위원회(UNC, Military Armistice Commission) 수석대표를 지낸 이석복 한국문화안보연구원 이사장을 만나 들어봤다.

이 이사장에 따르면 정전협정에는 국제연합군 총사령관과 중국, 북한이 참여했다. 정전협정은 1951년 6월부터 2년 1개월간 길고 긴 공산 측과 협상 작전 끝에 1953년 7월 27일 오전 10시에 서명이 진행됐다. 그리고 이날 오후 10시를 기준으로 발효됐다.

이 협정으로 인해 남북은 적대행위를 중지했고 남북한 사이에는 비무장지대와 군사분계선이 설치됐다. 또 군사정전위원회 본부도 판문점에 설치됐다. 협정은 체결된 지 60년이 넘도록 유지되고 있는데 국제 관례상 정전협정이 이렇게 오래 지속되고 있는 경우는 한반도가 유일하다.

먼저 이 이사장은 정전협정이 갖는 의미를 “실질적인 전투행위를 공식적으로 종결짓고 지금까지 전쟁억제와 군사위기 관리를 위해 성공적으로 지켜져 온 협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록 지금까지 위반사항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지켜지고 있는 대한민국 유엔사와 북한군과의 유일한 협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북한군 귀순 당시 우리 군의 초동 대처는 적절했다고 이 이사장은 말했다. 그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우리 군은 귀순한 병사를 성공적으로 후송했다”며 “만약 놀라서 대응사격을 가했다면 교전이 발생하고 더 큰 전쟁으로 확산할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을 통해 한미연합사 유엔군 사령관이 JSA대대를 방문해서 작전에 직접 가담했던 6명에게 육군 훈장을 수여했다는 사실을 접했다”며 “한미연합사 유엔군도 우리 군이 초동 조치를 훌륭하게 수행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비록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했지만 이는 우리 군에 대한 위협을 포함한 고의가 아니라 북한군 귀순 병사를 목적으로 한 우발적인 실수였고 이를 현명하게 판단한 우리 군 지휘관에 의해 큰 틀에서 정전협정이 유지됐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유엔사의 가장 큰 임무도 바로 ‘정전협정 관리’”라며 “정전협정은 어떻게든 보존하고 진정한 평화 체제 달성을 위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전협정과 달리 평화협정에 대해서는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평화협정은 1994년에 이미 북한이 미국에 제의한 적 있다”며 “북한이 평화협정을 제의한 목적은 미국하고만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미국이 더 이상 적대 행위를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이 되고 이를 악용해 우리나라를 공격하려는 것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협정 체결하자고 한 것에 있어서도 북한은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원하고 있기에 우리나라와의 평화협정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평화협정에는 위험한 함정이 있다. 월남 평화협정 사례를 봐서도 알 수 있다”며 “월남 평화협정을 맺고 주월 미군이 다 철수했는데 2년 뒤 협정이 파괴되고 바로 공격이 이뤄져 공산화 통일이 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에게 평화협정은 하나의 전략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지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 아니다”라며 “평화협정은 순수한 의미에서는 매우 평화적인 제의이기도 하지만 거기에는 무서운 함정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귀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북한의 속내를 들어보면 북한은 주한미군만 없으면 언제든지 자기들이 대한민국을 적화통일 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며 “북한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변함없이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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