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현지시간) 최소 305명의 사망자를 낸 이집트 시나이반도 모스크(이슬람사원) 테러 현장. (출처: 뉴시스)

금요일 기도회 들이닥쳐 총격
시리아 거점상실 후 대형 테러
거점 잃은 IS 주도권 경쟁일수도

[천지일보=이솜 기자] 지난 24일(현지시간) 이집트 시나이반도 모스크(이슬람사원)에서 벌어진 폭탄·총격 테러는 최소 305명의 사망자를 내면서 이집트 현대사에서 최악의 테러로 기록됐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궤멸한 것으로 알려진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학살을 통해 건재함을 과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집트 당국 발표와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테러범들은 금요기도회가 열린 시나이반도 북부 알라우다 모스크에 나타나 테러를 자행했다.

24일 정오를 조금 넘어 스포츠유틸리티차(SUV) 5대에 나눠 탄 무장괴한 25~30명은 모스크에 도착해 사원 정문과 12개 창문에 자리 잡았다. 사원 안에서 이맘(이슬람 성진자)이 설교를 시작하려고 할 때 이들은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폭탄을 터뜨렸다.

참혹한 학살로 어린이 27명을 포함해 최소 305명이 숨지고 128명이 부상을 당했다.

아직 테러 배후를 자처한 세력은 없으나 당시 테러범들은 IS를 상징하는 검은색 깃발을 들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IS 이집트지부 소행이라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번 테러는 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주요 거점을 잃었으나 곳곳에 있는 IS 지역 지부는 건재하다는 점을 시사하기 위한 공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국무부에서 대테러 업무를 맡았던 대니얼 벤저민 다트머스대 교수는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이 테러는 ‘칼리프국가’ 없애는 것이 성패가 지역 상황에 달린 IS의 지역 지부에는 별로 영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WP는 최대한 잔혹한 공격으로 IS가 여전히 위협적이라고 과시하려는 목적일 수 있으며, 지부가 IS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권력 투쟁의 신호일 수도 있다고 유추했다.

IS는 이번 표적으로 수피즘을 선택했다. 테러가 발생한 사원은 이슬람 신비주의 종파인 수피 신도가 주로 찾는 모스크로, 쿠란이나 교리보다 신과 합일하는 체험을 추구해 IS를 비롯한 극단주의 조직과 보수 수니파로부터 이단으로 배척을 받아왔다.

또 그간 수피파 성지와 사원은 중동과 서남아시아 각지에서 여러 차례 IS의 목표물이 됐다.

서방 전문가들은 무슬림을 대규모로 학살한 이번 사건에서 IS가 중동 거점에서 패퇴한 뒤 느끼는 절박함이 드러난다고 보고 있다. .

수피파 성지와 사원은 IS의 표적이 돼오기는 했으나 IS와 같은 종파인 수니파가 뿌리를 내린 이집트에 있는 시설은 그간 공격을 면했다.

그 때문에 이번 사건이 중동 거점상실과 함께 구심점이 흔들리는 IS에서 주도권을 두고 펼쳐지는 선명성 경쟁의 하나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버나드 헤이켈 프린스턴대 교수는 WP 인터뷰에서 “더욱 절박해질수록 누가 더 엄격한지를 둘러싸고 내부 불화가 생긴다”며 “그들은 강경파 가운데서도 가장 강경한 사람이 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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