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능 끝 ‘행복’ 시작… 영화로 먼저 느껴보는 대학생활. (출처: 게티 이미지뱅크)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여파로 대학수학능력시험(23일)이 1994년 시작된 이후 역사상 처음 연기됐다.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수험생들은 역대 가장 불쌍한 수험생이라고 자평했다. 물론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하지만 이제 끝났다. 결과가 어찌됐든 수험생들은 모두 잘했다. 잔뜩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영화를 보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어떨까. 고생한 수험생들을 위해 꿈에 그리던 대학생활과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5편을 소개한다.

▲ 영화 ‘금발이너무해’ 스틸. (출처: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금발이 너무해(Legally Blonde, 2001, 로버트 루케틱 감독)

‘엘르 우즈(리즈 위더스푼 분)’는 예쁜 얼굴에 군살 없는 몸매, 모두가 부러워하는 아름다운 금발을 가진 여대생이다. 성격도 좋아 남녀 모두에게 인기 만점인 엘르 우즈는 돈 많은 집안의 딸로 쇼핑과 뷰티를 좋아한다. 어느 날 엘르 우즈는 하버드 법대에 다니는 남자친구 ‘워너(매튜 데이비스 분)’에게 지나치게 금발이라는 이유로 이별을 통보 받는다. 이에 엘르 우즈는 오기가 생겨 하버드 법대에 들어간다.

‘금발이 너무해’는 주인공의 개성을 결말까지 이어가면서도 세상의 편견과 고정관념이 부질없다는 교훈을 전한다. 엘르 우즈는 ‘금발은 머리가 나쁘다’는 고정관념을 비웃기라도 하듯 남자친구보다 좋은 성적으로 하버드 법대에 덜컥 붙는다. 또 무채색 법대 학생들 사이에서 핑크색 옷을 입고 교정을 누빈다. 웃자고 만든 영화답게 영화느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느껴지는 웃음 포인트도 잊지 않았다.

▲ 영화 ‘억셉티드’ 스틸. (출처: 유니버설 픽처스)

억셉티드(Accepted, 2006, 스티브 핑크 감독)

주인공 ‘바틀비 게인스(저스틴 롱 분)’는 지원했던 8개 대학에서 모조리 불합격 판정을 받는다.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내린 결론이 황당하다. 바로 직접 대학을 설립하는 것. 바틀비 게인스와 친구들이 사우스하몬기술대학교라는 가짜 대학의 문을 연다. 개강 첫날 홈페이지 오작동으로 합격통지를 받은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가짜 대학 입학을 위해 찾아오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영화는 독특한 설정과 미국 특유의 개그로 유쾌하다. 그러나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과 고찰이 우리나라와 흡사해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주인공이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 옆 학교를 탐방하는 장면이 그렇다.

교수는 자기 말만 하고, 공부해야 할 학생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주인공은 가짜대학 학생들에게 무엇을 배우고 싶으냐고 묻는다. 이는 스크린 밖 관객에게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학생들은 “학교가 정해주는 것 아니냐”며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영화는 이처럼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 영화 ‘세 얼간이’ 스틸. (출처: 와이드 릴리즈㈜)

세 얼간이(3 Idiots, 2009, 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

천재들만 간다는 일류 명문대 ICE는 성적과 취업만을 강요하는 학교로 유명하다. ‘란초(아미르 칸 분)’는 자신의 무한긍정 에너지로 대학을 발칵 뒤집어 놓는다. 란초의 친구 ‘파르한(마드하반 분)’은 아버지의 바람대로 ‘공학자’가 되기 위해 사진작가라는 자신을 꿈을 포기한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 병든 아버지와 식구들을 책임지기 위해 무조건 대기업에 취직해야만 하는 ‘라주(셔먼 조쉬 분)’. 친구라는 이름으로 뭉친 세 얼간이는 진정한 꿈을 찾기 위해 세상으로 나간다.

‘세 얼간이’는 인도영화로는 드물게 국내에 이름이 알려진 영화 중 하나다. 1등만을 강요하는 학교와 사회의 모습이 우리나라의 현실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꿈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꿈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 인도 영화답게 영화 중간에 춤과 노래, 특유의 유머, 감동이 모두 들어 있다.

▲ 영화 ‘건축학개론’ 스틸.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건축학개론 (2012, 이용주 감독)

1996년의 봄 생기 넘치는 20살의 ‘승민(이제훈 분)’은 건축학개론 수업에서 처음 만난 음대생 ‘서연(수지 분)’에게 반한다. 같은 동네에 사는 둘은 함께 숙제하고, 친해져 추억을 쌓아간다. 표현이 서툰 승민은 서연을 좋아하지만 고백하지 못한 채 멀어지게 된다. 15년 뒤 건축가가 된 35살의 ‘승민(엄태웅 분)’ 앞에 나타난 ‘서연(한가인 분)은 자신을 위한 집을 설계해달라고 주문한다. 함께 집을 완성해 가는 동안 승민과 서연은 사랑이었을지 모르는 20살의 추억을 떠올리며 새로운 감정을 쌓기 시작한다.

누구나 대학시절 첫사랑을 한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90년대 시대적 향수를 잘 살린 영화 ‘건축학개론’은 청춘의 풋풋한 감성을 그대로 스크린에 담았다. 다른 멜로처럼 무리한 설정과 얽히고설킨 관계도 아니다. 여느 대학가와 같은 풍경에 흔한 학생들이다. 처음 하는 사랑이기에 주인공들의 사랑은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 영화 ‘족구왕’ 스틸. (출처: KT&G 상상마당, ㈜황금물고기)

족구왕(2013, 우문기 감독)

갓 제대한 ‘만섭(안재홍 분)’은 기쁜 마음으로 복학하지만 그를 반기는 것은 학자금 대출 독촉 전화뿐이다. 학교에 갔더니 보물이었던 족구장이 테니스장으로 바뀌었다. 흔한 복학생인 만섭은 총장과의 대화 시간에 족구장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가 ‘족구 하는 소리’라는 비아냥만 듣는다. 그러다 첫눈에 반한 퀸카 ‘안나’ 앞에서 그의 썸남 ‘강민’을 족구 한판으로 무릎 꿇린다. 취업준비만 했던 학교에 족구 열풍이 불고, 만섭은 외인구단을 만들어 족구대회에서 승리를 쟁취하려 한다.

독립 영화인 ‘족구왕’은 참신한 소재와 코믹 요소로 관객과 평단에게 호평을 받았다. 배우 안재홍을 발견하게 한 영화는 연애, 학자금대출, 취업 등의 문제 앞에 있는 지극히 평범한 청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하지만 만섭은 다르다. 근본 모를 자신감이 넘친다. 이 같은 만섭을 통해 관객은 삼삼한 위로를 받는다.

영화는 대학생들의 일상을 섬세하게 표현해내 웃음을 자아낸다. 이후 마지막엔 청춘이라는 것 자체가 아름답다는 묵직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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