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특별활동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국정원이 청와대에 40억에 이르는 돈을 상납했다는 뉴스가 나온 지 한 달이 다 된다. 국정원은 이 돈이 특수공작비라고 밝힌 상태다. 주로 북한을 상대로 안보 문제를 다루는 데 쓰는 돈이다. 특활비라는 이름의 ‘눈 먼 돈’이 대한민국을 어지럽히고 있다. 

또 다시 홍준표 대표가 뉴스의 중심에 섰다. 2년 전의 ‘특별활동비 발언’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특별활동비 용처를 두고 이랬다저랬다 한다. 본인도 헷갈리는지 말을 바꾸고 ‘기억착오’라고 말을 번복하기도 한다. 본인이 헷갈리는 건 좋은데 국민은 짜증난다. 

2년 전 성완종 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고 새누리당 경선 자금 1억 2천의 출처와 연결 짓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홍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2008년 여당 원내대표를 할 때 국회운영위원장을 겸하기 때문에 매달 국회 대책비로 나오는 4000만∼5000만원씩을 전부 현금화해서 국회 대책비로 쓰고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곤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 18일엔 개인적으로 쓴 것이 아니라 ‘야당 원내대표 국회운영비 지원 등에 썼다’고 주장했다. 9년 전에 언론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밝힌 말이 다 가짜라는 것인가. 왜 말을 바꾸는지 납득할만한 해명도 없다. 당시 야당 원내대표를 한 원혜영씨가 반박하자 ‘기억착오’일 수 있다는 말로 슬쩍 빠져 나간다. 홍준표씨가 길 가는 사람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제2정당의 대표를 하는 사람인데 이처럼 국민을 우롱해도 되는 일인가. 

참다못해 한 시민단체가 고발을 하겠다고 나섰다. 예산감시단체 ‘세금도둑잡아라’는 특활비를 ‘집사람에게 가져다 준 것’은 “명백한 공금횡령이며 형법상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당시 검찰이 처벌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면서 공소시효가 6개월 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하루 빨리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죄를 지었으면 처벌받아야 한다. 그런데 갖은 언설을 동원하고 물타기를 통해 특활비 비리 척결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바로 홍 대표와 자유한국당이다. 검찰은 과녁 속에 넣으면서도 국회는 빼고 있다. 특활비에 침묵하는 정치권도 눈에 띈다. 아마도 자신들의 치부이기 때문일 것이다. 잘못을 고백하고 국민의 처분에 맡겨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검찰과 법무부의 특활비’에 대해 특검과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특활비 비리는 뿌리 뽑아야 한다. 국정원과 법무부는 물론 청와대도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 물론 국회의원도 대상이다. 더 중요한 것은 특활비 제도 자체가 비리를 구조적으로 잉태하는 제도라는 점이다. 일부 특활비에만 주목하고 특활비 제도 자체를 외면한다면 비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국면만 지나가면 특활비를 주머니 쌈짓돈 쓰듯 꺼내 쓰고 비리자금으로 쓰는 일은 반복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부터 검찰에게 보내고 스스로의 특활비 비리 내역부터 자진해서 소상히 밝힘은 물론 특활비 폐지 법안부터 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법무부만 겨냥하면 정략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국회 활동 하는데 왜 특수활동비가 필요한가? 세금으로 보좌관을 7명씩이나 지원받고 차량도 기름 값도 유지비도 지원 받고 있고 월급도 어지간한 비정규 직종의 10배씩이나 받고 있는데 무엇이 부족해서 특수활동비가 필요한가? 홍준표 대표의 특활비 문제도 명쾌하게 정리돼야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은 국회 특활비 자체를 없애는 법을 통과시키는 일이다. 

부당하게 누리는 특권을 내려놓지 못하면서 정의와 민주주의를 말하고 국리민복을 말하는 게 말이나 되는가? 이번 기회에 국회가 ‘그들만의 성’ 속에 쌓아 놓았던 적폐를 말끔히 정리한다면 국민들은 국회의원이 그동안 특활비 관련해 저지른 범죄에 대해 관대하게 처분해 줄지도 모를 일이다. 정의를 외치고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기 전에 스스로의 적폐부터 청산하기 바란다. 

비리는 그때 그때 뿌리 뽑지 않으면 무성히 자라나서 손을 댈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고 비리 카르텔이 형성돼 아무도 손을 쓸 수 없게 된다. 개혁적인 인사가 대통령이 되고 검찰총장이 되고 대법원장이 된다고 할지라도 못 고치는 단계에 이르고 만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선을 넘을락 말락 하는 위험 수위에 놓여 있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국민이 거리로 나와서 교정시키길 반복했다. 지난해 시민촛불도 그 과정의 하나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국정 과제 제1호로 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역사의 순리다. 어떤 경우에도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게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 깨끗하지 못하면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고 신뢰를 잃으면 개혁은 불가능하다. 

우리 사회에 몹쓸 적폐가 또 있다. 비라가 터지면 그 때만 요란했다가 뉴스에서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이다. 국민들이 빨리 잊어버리는 것도 문제고 끝까지 추적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언론이 ‘비리사건’과 ‘비리 인사’를 빼돌리는 게 더 큰 문제다. 상당수 언론사의 운영진들이 비리를 저지르는 정치인들, 관료, 기업인과 가깝다 보니까 비리에 눈감고 비리인사를 봐주는 것 아닌가 싶다. 언론 적폐를 청산하지 않으면 비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부패하지 않은 언론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우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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