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아주홀에서 아주대학교 중증외상치료 전문의인 이국종 교수가 15일 오후 귀순 도중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의 수술 경과 발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외상센터 어려움 토로글 화제
한국 외상시스템 미비 지적
심평원서 의료비 삭감 잦아
“나는 자꾸 궁지로 내몰렸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환자마다 쌓여가는 삭감 규모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도 이르렀다. 결국 교수별 진료실적에 기반을 둔 ABC 원가분석이 더해져 나는 연간 10억원의 적자를 만드는 원흉이 됐다.”

수발의 총상을 입은 북한 귀순 병사를 기적적으로 살려낸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에 대한 여론의 주목도가 연일 높아지는 가운데 그가 얼마 전 중증 외상센터의 어려움과 의료수가의 현실성 문제를 지적한 글이 뒤늦게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교수는 아주대학교 교수회 소식지인 탁류청론 50호(2017년 9월)에 ‘어느 외상외과 교수의 고민’이라는 제목으로 게재한 글에서 우리나라의 중증외상의료 시스템과 의료수가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애초에 ‘중증외상시스템’이라는 게 없는 곳이었다. 몰려오는 파도 앞에 타고 나아갈 배는 없었다. 병력도 없었다”면서 “내가 미국에서 본 것은 완벽히 갖추어진 함대, ‘시스템’이었다. 그곳에는 충분한 배와 병기와 병력이 있었다. 공중에는 환자를 싣고 오는 헬기가 기동했고 지상의 앰뷸런스들은 정확하게 움직였다”고 했다.

이런 와중에도 외상외과의 국제 표준에 맞게 의료처치를 하려고 노력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었다. 그는 “외상외과 의사로서 원칙대로 환자를 처치했고 써야 할 약품과 기기를 썼다. 수술은 필요한 만큼 했다. 스러져가는 숨을 끊어놓는 사신을 막아서려 애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남들이 보기에는 잠시 해외 연수를 다녀와서 지금까지의 관행과 관습들을 모조리 무시하고 제멋대로 날뛰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 교수는 중증 외상환자 특성상 병원의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수술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필요한 생명 유지 장치와 특수 약품의 수는 적지 않다. 그들은 그 어마어마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며 “비용을 많이 지출하는 대형병원들은 투입된 자본에 비해 수가가 받쳐주지 않으므로 중증외상환자를 반기지 않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의료 행위나 약제 급여와 관련해 병원이 기준을 준수하는지 확인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진료행위에 대한 의료비 삭감이 잦았고, 이 과정에서 국제적인 외상외과 기준에 따른 진료행위라며 재심을 청구해도 묵살당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중에는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의 삭감청구서가 거대한 화살이 되어 나를 정조준했다. 나는 자꾸 궁지로 내몰렸다”고 했다.

결국 의료비 삭감이 누적되면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매출 총액대비 1~2 퍼센트의 수익규모만을 가지고 간신히 유지되는 사립대학 병원에서 나는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불러오는 조직원이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인 ‘문재인 케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전했다. 그는 “간신히 조금씩 해마다 남기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을 새로운 보장성을 확대하는 선거철 공약사업 해결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을 보고는 경악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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