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인 과세 시행을 2년 늦추자는 목적으로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해 22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2일 조세소위, 여야 대립 결론 못내
개신교 ‘끝까지 저항’ 법정소송 불사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여야가 종교인 과세 시행에 대한 입장차를 보여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여기에 개신교계 일부에선 헌법 소원까지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종교인 과세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22일 종교인 과세를 2년 미루는 ‘소득세법 개정안’ 심의를 들어갔다. 이날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국회에 비공개 보고 자리에서 논란이 되는 종교인 과세 쟁점 사항들을 설명했다.

추경호 조세소위원장은 “관련 소득세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예산 관련 준비과정에서 논의되는 안건인데 내용이 공개되면 오히려 국민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공개로 진행했다. 조세소위는 소득이 들어오는 종교인을 대상으로 과세를 추진하는 데 공감하면서도 일부 의원들이 유예를 주장하며 논쟁이 벌어졌다.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종교인 과세를 추진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는 가운데 조만간 소득세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종교인 과세 유예를 주장하는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 등은 정부의 준비 부족으로, 강행할 경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며 시행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이현재 의원은 시행령 안에 종교계가 우려하는 세무조사 금지 등의 문구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십일조에서 탈세가 많이 일어난다”면서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조세소위는 정부 측에 쟁점 사항에 대해 더 준비해서 보고해 달라고 주문하고, 결론 없이 회의를 마쳤다. 조세소위는 차주에 다시 관련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보수개신교, 과세저항에 헌법소원까지 준비

보수 개신교계는 준비 미흡과 조세형평성, 위헌 소지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추가 유예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부 교단에선 헌법 소원 등 법정 소송까지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교회 보수의 목소리를 내온 한국교회언론회는 종교인을 대상으로 한 소득 과세가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을 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21일 ‘현재 예시된 종교인 과세,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 된다’는 논평을 냈다. 이들은 “종교인이 종교기관(교회)에서 받는 경비가 소득이라고 보는 것이 문제”라며 “기업은 이윤을 목적으로 운영되나, 교회의 운영주체인 교인들은 종교인에게 소득개념으로 경비를 지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교회언론회는 “정부가 종교인에게 과세하겠다는 내용을 보면 종교인의 종교 활동 하나하나까지 과세의 대상으로 삼으려고 한다”며 “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뿐더러 승복할 수도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한 종교인들을 세금도 안 내려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몰아세워선 안 된다는 입장과 함께 “종교인들을 졸지에 ‘탈세범’으로 몰아가서도 안 된다”고 비판을 가했다. 끝으로 정부가 과세를 밀어붙일 경우 저항운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유예를 주장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 등 보수 개신교계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한국교회 주요 교단 총무들이 서울 모처에서 긴급회동을 열고, 종교의 자유가 침해될 소지가 있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을 제기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인 보수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는 헌법 소원을 제기하기 위해 변호사들과 접촉했다는 말까지 나오는 등 적극적인 입장이다.

더욱이 찬성 입장을 보여왔던 불교계도 일부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에 시정을 요구했다.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과세기준안에 보면 ‘법문비’ ‘기도비’에다 최소생계비인 ‘해제비’까지 과세 대상에 포함시켜 스님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조계종은 최근 “과세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정부가 국회 조세소위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종교인 과세 시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세당국이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기 위해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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