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이동중학교 앞 수험생 응원 이모저모
수시합격생, 친구들 응원 나와 “파이팅”
교사들, 제자들 도착 확인하며 격려
[천지일보 포항=이선미 기자] 2018학년도 대입수능일인 23일 오전 학생들이 시험을 보기 위해 모두 들어가고 학교 정문이 닫힌 시간. 한 학부모가 학교를 바라보며 기도를 하고 있다. “지진이 일어나지 않고 시험 잘 치러지길….”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예전에는 ‘내 아이’ 시험 잘 봤으면 하는 바램이었겠지만 올해는 지진 때문에 ‘우리’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듯 하다. ‘원활한 시험 진행’을 온 국민이 바라고 있다.
이날 포항이동중학교 정문 앞에는 수험생을 응원하러 온 가족, 교사, 학생들의 목소리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딸을 꼬옥 안아주는 엄마, 친구·선배들을 응원하며 ‘수능대박’ ‘파이팅’을 외치는 학생들, 입실 마감 시간이 다가오는데 아직 오지 않은 제자들을 걱정하는 교사들까지.
수험생 이경임양은 “공부를 많이 했는데도 시험을 잘 볼 수 있을까 걱정된다”며 시험장을 향했다.
바로 옆. 중앙여고 3학년 강예은·나재은·문보람양 수능시험을 치르는 친구들을 응원하러 나왔다. 이미 수시에 합격해 이날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 응원피켓을 들고 연신 파이팅을 외친다. 문보람양은 “수시에 합격한 친구들과 모여 오늘 수능을 볼 친구들을 응원하러 왔다”며 “긴장하지 말고 하던대로 그대로 시험을 잘봤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아침 일찍부터 이곳에 나와 같은 학교 친구들을 기다리던 이들은 친구가 모습을 보이자 “빨리 와보라”며 쇼핑백에서 초콜릿을 한주먹 꺼내준다.
교사들도 수험생 제자들을 안아 주고 등을 두들기며 격려하고 있다. 추운 날씨에 시험장 앞에 나와 있는 교사를 보고 학생들이 손을 흔들며 하이파이브를 하며 시험장으로 들어간다. 그런 학생들을 보며 교사들은 “그래 시험 잘 치고 와. 알았지. 평소대로 차분히 하면 돼”라며 기운을 북돋운다.
중앙여고 권숙자 교사는 “애들이 지진이 나서 1주일동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시험을 잘 치도록 간절히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도착이 확인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전화를 하며 행여 제자가 늦을까 조마조마한 모습이다.
한쪽에서는 학생이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선생님 못봤어요. 시험 잘 보고 오겠습니다”라고 인사를 나눈다.
한 학생은 “처음 지진이 왔을 때 너무 무서웠다. 그때 강당에서 수험표를 나눠주고 있었는데 건물이 부러지는 소리가 나더니 강당 위에서 뭔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고 15일 상황을 회상했다.
권 교사는 “이미 큰 지진을 경험했으니 오늘 혹시 여진이 와도 잘 이겨낼거야. 동요하지 말고 자신 있게 시험에 임하라”며 제자들을 다독였다.
입실 마감이 가까운 시간. 학생 명단을 들고 인원을 체크하는 교사의 손놀림이 바쁘다. 이름이 적힌 종이를 이리저리 넘기며 혹시 안온 제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왜 이렇게 늦노”라는 선생님 말에 ‘눈물이 난다’며 선생님 얼굴을 못쳐다보는 학생도 보인다.
8시 15분쯤 한 학생이 붉은 잠바를 입고 백팩을 맨 채 바쁜 걸음으로 학교에 들어선다. 학교 정문이 닫히고 그 앞에선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가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