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경복고등학교앞에서 고사장에 들어서는 수험생들과 응원 행렬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파 속 선배氣 살리려 나온 학교별 응원전 후끈
“오히려 기회” vs “불안했던 한 주… 눈물 뚝뚝”
지진 피해로 불안했을 포항 수험생을 응원하기도
정부, 여진 가능성 대비한 비상대응 시스템 가동

[천지일보=김정필, 임혜지 기자] “수능이 일주일 미뤄져서 마음이 심란했는데 연기된 것이 제게는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시험 잘 보고 돌아가 가족과 즐거운 저녁 식사를 하고 싶습니다(수험생 경신고3 신준성).”

“우리 아들이 지진 때문에 연기가 돼서 이틀간 공부를 못하다가 주말 이후에서야 마음을 잡고 공부를 했습니다. 그동안 아들이 수험생으로 보낸 시간이 쭉 생각나 눈물이 왈칵 쏟아지네요(학부모 이정임, 40, 여, 서울시 서대문구).”

포항 지진 이후 일주일이 연기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23일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됐다. 서울 지역 고등학교 시험장들에서 만난 여러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제각각 호불호가 갈렸지만 모두들 ‘무사히 시험을 보게 해달라’는 마음은 한결 같았다.

수능 제15시험지구 제1시험장인 경복고 정문에는 한파 속에서 배문고, 경신고, 대신고, 장충고, 환일고, 서울과고, 용산고 등 수험생을 응원하러 학생, 교사, 학부모들로 붐볐다.

▲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날인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경복고등학교 앞에 학생들이 선배들의 수능 대박을 응원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새벽 6시께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시험장에는 수험생 후배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었다. 저마다 선배들을 응원할 피켓과 간식, 손난로 등을 준비하느라 바빠 보였다.

“자~ 준비 됐나? 됐다!” 김원준(18, 장충고2)군의 선창을 시작으로 후배들 응원전의 막이 올랐다. 이들은 수능 대박을 기원하며 “빵빵~ 터져라. 대박~ 터져라”를 목청껏 외쳤다. 그러자 반대편의 있던 대신고 학생들도 질 수 없다는 듯 비장한 표정으로 맞응원을 펼쳤다.

중앙고, 환일고, 배문고 학생들도 동참해 응원에 열을 내고 있었다. 정문에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학생들이 모여 서서 각자 “선배님 수능 잘 보세요”라며 “선배님께 경례, 중앙”이라고 외치는 등 수험생과 상호 경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전 7시가 되자 어둠이 걷히고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수험생들 수가 많이 늘었다. 그중에 군복을 입고 급히 뛰어가는 수험생도 있었다. 어렵게 말을 붙인 일병 수험생 박모씨는 “반수했다. 현재 군인 신분이라 사진 찍히기는 좀…”이라며 말을 아꼈다. 단지 수능 시험을 잘 보겠다는 비장한 눈빛으로 시험장 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수험생들이 들어가는 모습을 멀찌감치 서서 쭉 지켜보고 있던 중년의 남성인 조상환(50대, 서울시 불광동)씨는 대신고를 다니는 학부모 입장으로서 “오늘 연차 내고 왔다.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라며 “수능이 연기돼서 좋았다. 아들이 좀 더 여유를 갖고 시험을 마무리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얼굴로 자녀의 지나간 길을 보고 또 보던 이정임(40, 여, 서울시 서대문구), 심성일(43, 남) 부부는 불안하고 초조해 하던 자녀 모습을 회상하며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이씨는 “아들이 예비 소집을 마치고 일찍 잠을 잤다. 그런데 속보로 수능이 연기가 돼 당황스러웠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아들이 얼마나 힘겹게 공부를 했었는지 눈물로 답했다.

▲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경복고등학교앞에서 수험생 자녀를 둔 한 어머니가 시험장을 들어서는 수험생을 바라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다른 시험장소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여자고등학교에서도 선배들을 향한 후배들의 응원 열기가 후끈 했다. 이들은 ‘니답이 정답’ ‘대학 합격 너야너’ ‘대학 톡톡톡 합격할찌어다’ 등 피켓을 들고 “선배님들 화이팅 하세요” 등의 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김주언(18, 영신고2)군은 “자식을 물가에 내놓는 엄마의 심정으로 선배를 응원하러 나왔다”며 “지진이 일어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포항에서 수능 보시는 분들은 악조건 속에서 하는 것인데 그래도 잘 이겨내 최선을 다해 시험 보셨으면 좋겠다”고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 수험생들을 응원했다.

재수생 자녀를 둔 최영임(59, 여, 서울시 금천구)씨는 “그동안 고생하며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오늘 하루가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다”며 “지진 때문에 수능을 미루는 조치가 맞는 것인데 그 기간에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해 힘들어 보였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교문이 닫히기 5분 전, 경찰차가 등장했다. 한 여학생이 늦잠을 자게 돼 경찰의 도움을 통해 도착해 헐레벌떡거리며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영등포구청에서 운행 중인 차에서도 한 학생이 내렸다. 관계자는 “학생이 시험장소를 잘못 알고 갔다가 당황해 하는 것을 태워왔다”고 밝혔다.

입실이 완료되고 시험지 배부 직전 시험실의 수험생은 책상에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마무리 공부에 열중했다. 시험실 안은 책을 넘기는 소리 외에 정적이 흘렀다. 시험 안내방송이 나오고 시험실의 감독관은 수험표와 시험지 등 수험생이 수능 응시에 필요한 사항을 점검했다.

한편 올해 수능에는 전국 85개 시험지구, 1180개 시험장에서 59만 3527명이 응시해 지난해(60만 5987명)보다 인원이 1만 2460명(2.1%) 줄었다. 정부는 이날 수능이 지난 16일로 예정됐다가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돼 시행되는 만큼 여진 가능성에 대비한 비상대응 시스템을 갖추고 피해가 없도록 하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

▲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날인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여자고등학교 시험실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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