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현 특성화고등학교권리연합회(연합회) 추진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제주 실습생 사망 사건 관련 문제점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제주 실습생 사망 관련 문제점 브리핑
“사고 발생 전 두 차례나 사고 있었다”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특성화고등학교권리연합회(특성화고권리연합)가 제주 실습생 사망 사건 관련해 “반복된 현장실습 사고 구조가 부른 참사”라며 문제점을 제기했다.

특성화고권리연합은 2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제주 실습생 사망 사건 관련 문제점 브리핑’에서 제주 현장실습 사고는 반복된 현장실습 사고 구조가 부른 참사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일 제주도 제주시 한 음료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도중 사고를 당한 이민호(19)군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열흘 만에 숨을 거뒀다.

이상현 특성화고권리연합 추진위원장은 “안전 대책 없는 현장이 부른 예고된 참사”라며 문제점 다섯 가지를 제기했다.

이 추진위원장은 “첫 번째는 반복된 사고이다. 이군은 9일 사고 이전에도 두 차례의 사고를 당했었다. 7월 말부터 9월 말까지 일하는 두 달간의 근무 기간 발생한 사고”라며 “1차 사고는 퇴근한 이군에게 시설을 고쳐달라는 업체의 요구로 시설을 고치는 가운데 핸드폰이 깨졌는데 이에 보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2차 사고는 작업장에서 기계를 고치다가 떨어져 갈비뼈를 다친 것이었으며 응급실에 실려 갈 정도였다”며 “업체는 이군이 부상 입은 중에도 매일 연락을 해 업무에 나올 것을 독촉했고 완전히 치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에 복귀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문제점으로 잦은 기계 고장을 꼽았다. 그는 “이군은 평소 가족들에게 기계가 고장 나서 야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거의 매일 전했다”며 “기계가 자주 고장 나는 곳에 실습생을 배치했을 뿐 아니라 위험 요소가 있음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세 번째는 기계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실습생 한 명인 부분으로 이군에게 음료공장라인 중 포장·완성 단계 부분을 담당자가 5일 동안 가르친 후 담당자는 퇴사해 이군이 해당 단계의 업무를 맡게 됐다”며 “갈비뼈를 다쳤을 때 독촉했던 이유도 해당 기계를 다룰 줄 아는 직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 이상현 추진위원장이 ‘사고당한 현장에 제주 19살 실습생 혼자 있었습니다. 다친 실습생이 발견된 건 4~5분 뒤였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5일 동안 받은 교육에 대해 이 추진위원장은 “5일 정도가 해당 기계를 숙련될 정도로 다룰 수 있는 교육 기간이었는지와 이 기간 기계를 조작하는 데 필요한 안전교육이 충분히 이뤄졌는지 조사해야 한다”며 “해당 단계 기계를 정규 직원이 아닌 실습생 한 명에게만 전담케 한 문제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네 번째는 1인 작업이다. 위중한 사고를 당했음에도 사고 발생 후 최초 발견까지 4~5분의 시간이 지났다”며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생산현장에서 주변에 아무도 없이 현장실습생 혼자만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업체는 이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섯 번째로 해당 업체의 안전에 대한 책무”라며 “지금까지 살펴본바 이군이 근무하던 업체는 이와 같은 현장실습산업체의 책무를 제대로 지키고 안전·보건상의 조치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브리핑에서 특성화고권리연합은 ▲故 이군과 유가족에게 사죄, 배상할 것 ▲산재보험 신청서 재신청 ▲업체 기업주를 처벌하고 국회는 관련 법 재·개정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철저히 조사 ▲재발방지 대책 마련 ▲안전대책 없는 실습 업체는 실습 중단 조치할 것 ▲재학생 및 현장실습생 의견 반영한 현장실습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다.

한편 업체는 이군이 정지 스위치를 누르지 않고 작업을 하다가 목과 몸통이 적재기 벨트에 끼여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유가족은 이군이 정지된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작업을 하던 도중 벨트가 갑자기 역주행해 넘어졌고, 이때 멈춰있던 압착기가 움직이면서 압사를 당했다고 주장해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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