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용직근로자들이 21일 새벽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인력사무소 앞으로 모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일감 없어서 돌아가는 경우도 종종 생겨
“中 근로자 증가, 국내 근로자 설 곳 없어”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아이고 저 일감 딱 하나 남았었는데… 오늘은 그냥 돌아가야겠네요. 일단 집 가서 일감 더 찾아봐야죠.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어요.”

일감(일거리)을 받기 위해 인력사무소 앞에서 2시간 가까이 기다리던 이영천(50, 남)씨는 한 손에 담배를 들고 몸을 움츠리며 한숨을 쉬었다. 지하철로 발걸음을 돌리는 그의 어깨는 무거워 보였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이런 일은 ‘비일비재’ 하다고 이씨는 말했다.

기자는 21일 새벽 5시 30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 한 인력사무소를 찾았다.

매서운 칼바람이 점퍼를 파고드는 추운 날씨였지만, 인력사무소 앞은 하루 일감을 받기 위해 추위를 뚫고 나온 일용직 근로자들로 북적였다. 그 가운데는 외국인도 하나 둘 보였으며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사무소에 도착한 이들은 뜨거운 물에 커피를 타 마시며 추위에 얼어붙은 몸을 녹였고 ‘체온이 조금 높아질까’하는 마음으로 담뱃불도 연신 붙였다.

얼굴에는 피곤함과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먹고 살기 위해서 나왔다”라고 말하며 일감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양손을 점퍼 주머니에 푹 집어넣은 이씨는 “보통 4시에서 4시 30분쯤 일어나 씻고 옷을 입고 나온다”며 “서울시내에는 큰 작업현장이 없기 때문에 경기도 쪽에 있는 현장으로 배치를 받는데 대부분 이동시간이 1시간은 걸려서 일찍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 일용직근로자들이 21일 새벽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인력사무소 앞에서 일감을 받기위해 사무소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근로자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불렸다. 이름이 불렸다는 것은 일감이 배치됐다는 의미다. 일감을 받은 이들은 가방을 싸매고 급히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무소 안팎을 드나들며 일 할 장소와 현장 담당자 연락처를 알려주던 인력사무소 직원들은 “지금 너무 바쁘다. 5시부터 6시까지 일감을 배치해야 되기 때문에 정신이 없다”고 말하며 나중에 대화하자고 손짓했다.

사무소 옆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던 김종순(가명, 60대, 남)씨는 “지금 몇 십 년째 이 일을 하고 있지만 날씨가 추우면 여전히 힘들다”며 “일이 없으면 그냥 돌아갈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처럼 나이 먹은 사람들은 자꾸 뒤로 처지니까 더 힘들다. 또 기술이 없다보니 이렇게 막노동이라도 하고 있다”며 “정말 안 힘든 게 없다. 죽지 못 해 사는 것”이라고 말하며 손에 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새벽 6시가 다가오니 근로자들의 얘기 소리로 시끌시끌했던 인력사무소 앞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졌다.

김승길 인력사무소 부장은 “여기 나오시는 사람들 대부분이 하루 먹고 하루 살며 새벽 5시에 나와서 일감 받을 때까지 기다린다”며 “그걸 알기에 저희도 될 수 있는 선에서 인원배치를 다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일용직근로자들 중에선 외국인 근로자들로 인해 국내 일용직근로자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일용직근로자인 안병덕(40대, 남)씨는 “하남 지역에는 대부분의 일용직근로자들이 조선족이나 중국인”이라며 “특히 목수, 철근 공사 쪽은 거의 다 중국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인 근로자는 국내 근로자보다 일당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업주들이 선호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인 근로자들은 국내 근로자와 급여차이가 생김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임금이 보장되기 때문에 업주와 이러한 계약을 한다.

또한 국내에 들어와 일용직근로자로 일하는 중국인들 중 많은 인원이 불법 체류자인데다가 국내 근로자들에 비해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임금이 적은 편이라는 것이 일용직근로자들의 설명이다.

안씨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근본적인 문제를 야기했다”며 “우리도 하루하루 겨우 살아가는데 일자리를 못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일용직근로자들이 21일 새벽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 인력사무소에서 일감을 배정받고 건설 현장으로 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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