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당 이회영 선생(좌)과 이은숙 여사. (출처: 우당 기념관)

우당 이회영·이은숙 부부 삶 다뤄
역사적 사실에 연출진 상상 더해
차지성 연출 “한 가족 삶에 초점”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독립운동의 초석을 마련한 지도자와 그의 옆에서 국가의 독립을 위해 힘을 보탠 아내의 삶을 다룬 뮤지컬이 개막한다.

뮤지컬 ‘아나키스트의 아내’가 오는 30일부터 12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알과핵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 제목 ‘아나키스트의 아내’는 1889년 개화파 지식인의 외동딸로 태어난 이은숙(1889~1979)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이은숙은 1910년 2년여의 결혼생활을 함께한 남편을 따라 만주 서간도로 향했다. 하지만 독립운동을 위해 피신하고, 군자금 마련을 위해 귀국하는 등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남편과는 13년만 같이 살았다. 그는 1966년 회고록 성경의 자서전 ‘서간도시종기’를 썼다.

이은숙의 남편은 우당 이회영(1867~1932)으로, 아나키즘(무정부주의)으로 새 한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 독립운동가다.

이회영은 조선의 명신 이항복의 후손이며 19세기 말기 이조판서 등을 지낸 이유승(李裕承)의 넷째아들로 태어났다. 하지만 일제에 나라가 위태롭게 되자 벼슬에 대한 뜻을 버리고 교육운동과 사회운동에 투신했다. 그는 신민회 발족 및 헤이그 특사 파견을 주도했으며, 이후 여섯 형제와 일가족을 이끌고 만주 서간도로 망명해 항일 독립운동을 펼쳤다.

1919년 3.1운동 이후에는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을 반대하고 독립운동본부를 조직할 것을 주장했다. 지속해서 항일운동을 전개하던 그는 1932년 밀정의 밀고로 일본 경찰에 의해 다롄경찰서로 끌려가 심한 고문 끝에 옥사했다.

뮤지컬은 역사적 사실에 연출진의 상상력을 더해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걷는다. 만주로 건너간 ‘이회영’과 ‘이은숙’은 토착세력의 견제와 마적떼의 습격을 받는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힘 쏟는다. 신흥문관학교 설립 등 독립투쟁을 이어갔지만 4년을 넘기지 못하고 모든 재산을 썼으며, 항일 투쟁에 관한 가족 사이의 노선 갈등이 생기게 된다. 이은숙은 가족의 안위와 남편의 독립 투쟁 활동을 위해 조선으로 돌아오고 남편과 이별하게 된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차지성 연출은 연출 의도에 대해 “독립운동에 모든 것을 던진 한 집안의 이야기”라며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단적인 면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가족은 생존이라는 숙제 앞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간다”며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어느 정도까지 맞춰야 하는지 고민했지만, 그보다 한 가족의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 뮤지컬 ‘아나키스트의 아내’공식 포스터. (제공: 극단 더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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