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포항 흥해실내체육관 안에 설치된 이재민들을 위한 텐트. ⓒ천지일보(뉴스천지)

흥해실내체육관 텐트 220여동 설치
텐트수 부족에 공간·통로 비좁아 불편
“흥해가 터전… 타 대피소 이동 꺼려”

[천지일보 포항=이선미 기자] 21일 오전 흥해실내체육관 강당 안에서 고성이 오간다. 한 사람이 “이 좁은 데서 어떻게 지내라는 것이냐. 텐트 안에서 누울 수도 없지 않냐”고 소리를 지른다. 고성에 하나 둘 모여들며 한마디씩 거든다.

이날 오전 10시경 남산초등학교에 있던 이재민들은 흥해실내체육관으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220여동의 텐트가 설치돼 있다. 텐트와 텐트 사이는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비좁다. 텐트 높이는 초등학생 키 정도.

흥해실내체육관에 온 사람은 집이 내려앉아 완파됐거나 대성아파트 D·E·F동에 살던 이재민이 대부분이다.

대성아파트에서 이곳으로 온 70대 어르신은 “안그래도 좁은데 아이들이 뛰어다니다 보면 쿵쿵거려 깜짝깜짝 놀래 가슴을 쓸어내릴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며 “하루 사이에 집을 잃어버리니 서글프기도 하고 집에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성아파트는 지은 지 30년 됐다. 재개발 계획은 있었으나 유네스코에 등록된 문화재 ‘향교산’이 대성아파트를 끼고 있어 매번 재개발에서 탈락됐다.

김미순(40, 여)씨는 지진 첫날을 떠올리며 “대문이 내려앉아 찌그러져서 집에서 나오지 못하자 사다리를 타고 1층으로 내려오는 사람도 있었다”며 “맨몸으로 뛰어나온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할머니들은 7~8개의 짐을 머리에 이고지고… 피난을 방불케 했다”고 말했다.

흥해실내체육관에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출입증을 목에 걸고 있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체육관에 머무는 이재민들 외에는 출입을 통제한다. 가족들도 체육관 건물 밖에서 만나야 한다.

72세의 할머니는 “갈 곳이 없다”며 한숨을 내쉰다. 할머니의 입술은 바짝 말라 다 갈라져 있다. 그는 “토끼 새끼도 아니고 이곳에서 어떻게 지내라는 것이냐. 답답하고 힘들고 막막하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포항시 관계자는 “원래 250개의 텐트를 설치하려 했는데 통로가 비좁아 220개로 줄였다. 그러다 보니 대성아파트와 주위 단독주택이 많이 파괴돼 집에 돌아갈 수 없는 이재민들을 우선 배정하게 됐다”며 “포스코수련원, 독도체험관, 벧엘교회 등을 대피장소로 확보했지만 흥해체육관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생업이 흥해에 있기 때문에 다들 이곳에 머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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