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천지일보(뉴스천지)

독립·민주화 투쟁의 장소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지난 11월 17일은 ‘순국선열의 날’이었다. 이날은 국권회복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의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선열의 위훈을 기리기 위해 제정했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서대문형무소에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며 독립운동사에 대한 연구와 정리를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독립투쟁은 물론 해방 이후 민주화 투쟁 장소인 서대문형무소에 담긴 자유, 평화를 위한 80년에 대해 돌아봤다.

◆일제강점기 탄생한 근대감옥

서대문형무소가 위치한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101번지는 조선 후기 북쪽 의주로 가는 큰길인 의주로가 위치해 있었다. 이곳은 사대문 안과 밖을 동서남북으로 잇는 주요 교통로였다. 이에 주변의 중국 사신을 맞아들였던 영은문(迎恩門)과 모화관(慕華館, 현 독립관)이 있었고 1897년 영은문이 없어진 자리 앞에 독립문이 세워졌었다. 

이곳 현저동에 일제는 대규모의 근대 감옥을 설치했다. 강화도조약(1876년)과 을사늑약(1905년)으로 외교권이 강탈되고 통감부가 설치되는데, 5년 후에는 합방조약체결로 결국 국권이 침탈된다. 일제의 불법·불평등·강제 조약체결은 1919년 탑골공원을 시작으로 전국적인 독립운동을 불러왔다. 이에 일제는 대항하는 사람들을 가둘 감옥이 필요했고 ‘경성감옥’을 세우게 된다. 이 감옥이 ‘서대문형무소’다.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는 의병장 허위, 이강년, 이인영, 계몽운동가 양기탁,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 김구, 불교계 지도자 한용운, 3.1독립만세운동 지도자 유관순, 청산리전투 지휘관 김좌진 등이다. 이들은 일제의 탄압에도 평화와 자유를 위해 맞서 싸웠다.

서대문형무소는 1908년부터 1987년까지 80여년의 감옥 운영기간 동안 식민 권력과 독재정권에 항거해 자유와 평화를 위해 수많은 희생이 있었던 역사의 현장이었다.

◆해방 후 독재군부 정권에 이용

광복 이후에는 좌우익의 이념문제와 반독재 민주화운동 등 정치·사회적 문제의 현장 한가운데 있었다. 독재정권으로 조작된 진보당 사건(1958), 민족일보 사건(1961), 동베를린간첩단(동백림) 사건(1967), ‘인혁당재건위’ 사건(1975)의 피해자들이 수감되거나 사형당했다. 이후 1987년 6월 민주항쟁운동 당시 수많은 민주화운동가들이 수감됐다. 시대적으로 이곳은 민주화운동 역사의 현장이 됐다.

서대문형무소는 1908년부터 1987년까지 80여년의 감옥 운영기간 동안 식민 권력과 독재정권에 항거해 자유와 평화를 위해 수많은 희생이 있었던 역사의 현장이었다.

▲ 서대문형무소 ⓒ천지일보(뉴스천지)

◆“아픈 역사지만 알려야”… 보존된 서대문형무소

서대문형무소는 자칫 역사 속에서 사라질 뻔했다. 1987년 서울구치소가 경기도 의왕시로 이전할 당시 서울은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있었다. 당시 서울구치소는 서울 시내 서쪽 중심가에 자리하고 있어 철거의 대상이 됐다. 또 한국은 개발 위주의 정책으로 옛것을 없애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데 골몰하던 시기였다. 이에 중앙정부에서는 서대문형무소의 옥사들을 모두 철거하고 이곳에 대규모의 아파트와 공원을 만들고자 했다.

이때 서대문형무소를 보존하자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던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었다. 이들은 서대문형무소가 일제에 의해 만들어져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옥고를 치른 아픈 역사를 담고 있지만, 이런 역사를 교훈으로 삼고 후대에 알리기 위해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존하려는 사람과 없애려는 중앙정부의 팽팽한 대립 속에서 결국 서대문형무소는 보존하기로 최종 결정됐고 1998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이곳은 한국의 아픈 과거를 들여다보고, 철저한 반성으로 새로운 미래를 내다보는 박물관으로 재탄생됐다.

◆자유와 평화 염원, 근대감옥 가치와 활용

전문가들은 서대문형무소 등 근대감옥의 가치와 활용에 대해 주목했다. 지난 4일 열린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개관 19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에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근대 감옥의 특징과 활용방안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날 박경목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관장은 “서대문형무소는 제국주의와 독재정권에 끊임없이 저항해 결국 대한민국의 독립과 민주화를 이뤄낸 수많은 사람의 도전과 희망의 역사적 기억이 담긴 장소”라며 “그들이 희망하고 쟁취하려 했던 죽음과도 맞바꿀 수 있었던 소중한 가치는 바로 독립된 조국에서 누구나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꿈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서대문형무소는 독립운동가와 민주화운동가들이 이루려 했던 독립과 민주의 가치를 품고 있으며,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전 인류에 일깨우는데 매우 상징적인 장소로서 인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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