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하루 전날 발생한 역대급 지진이 종교인 과세 때문이라는 목사의 말은 그야말로 망언(妄言)이다. 한 개신교 매체에 따르면 18일 전남기독교총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영암삼호교회 이모 목사가 “어떻게 하나님의 교회에 세금을 내라고 하냐. 종교계에 과세 문다 하니까 포항에서 지진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찌 됐든 하나님께서 가만히 있지 않는다. 하나님을 건드릴 때, 국가에 위기가 바로 다가오는 거다. 그걸 체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 중 유일하게 구속 안 된 사람이 ‘문재인’이라면서 정권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사실 한국 목회자들의 망언은 하루이틀일이 아니어서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 목회자들은 이런 망언뿐 아니라 전문직 성범죄 1위 자리를 수년째 고수하고, 살인·사기·도박 피의자로 사회면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 목사가 언급한 세계 최대 규모 개신교회이자 한기총 회장을 배출한 순복음교회 조용기 3부자 역시 사회에 본이 되기는커녕 공금횡령·배임에 불륜 논란 등 온갖 추문의 장본인이었다.

바로 며칠 전엔 30억원의 교단 돈을 도박에 쓴 목사가 실형을 받았다. 지난 16일 대법원은 공금 수십억원을 횡령해 도박에 사용한 박모 목사에게 징역 4년 9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총회장 및 산하 신학교 이사장까지 지낸 인물로 지난 2009년 2월부터 12월까지 보관 중이던 교단 대출금과 부동산 매매대금, 교단 산하 학교의 임대차 보증금 등 약 30억원을 빼돌려 강원랜드에서 도박자금으로 썼던 것이다.

사실 종교단체에 세금을 물지 않는 나라는 OECD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 이런 배경에는 개신교인들이 정치·언론·법원·검찰 등 우리나라 기득권 자리에 앉아 있는 영향이 크다. ‘목사님 말씀에는 무조건 순종하라’고 교육받은 사회 인사들이 목사들 수익에 저해가 되는 일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반대해 종교인과세 시행 결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번 포항지진에 굳이 남 탓을 한다면 종교인과세 탓이 아니라 하나님을 빙자해 온갖 부패를 저지른 목사들 때문이라는 게 더 설득력 있다. 성도들 피땀으로 일군 수천억대 교회를 아들에게 사유재산처럼 물려주고, 가짜 국회의원 화환을 버젓이 그 앞에 두는 한국교회의 모습 역시 성도를 기망하는 한국교회의 단면이다. 눈곱만큼이라도 양심 있는 목회자라면 포항지진이 났을 때 자신들이 한 짓을 생각하며 회개를 했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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