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지난주 우리는 포항의 진도 5가 넘는 강진을 경험했다. 포항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땅의 흔들림을 몇초간 느끼며 공포를 체감했다. 한 번도 섬찟한데 포항에서는 아직도 지속적인 여진을 겪고 있다.

강한 흔들림이 멈춘 다음에도 진도 2~3도의 흔들리는 땅을 만난다면 어떠한 느낌이겠는가. 땅 하면 디딜 수 있는 단단함에 안정감을 느껴야 하는데 그 땅이 계속 흔들리며 위에 서 있는 집이며 빌딩들을 쏟아내고 있다. 진도 5가 넘는 지진으로 건물들이 금이 가고 빌라 기둥은 휘어지고 학교도 피해가 크다. 새삼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의 생태가 다가온 순간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땅은 단단한 고체이지만 지구 내부의 땅은 액체로 그 위를 떠다니는 지각 판이 열과 압력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은 이러한 움직임에서 비교적 안정권이라는 한반도에 살고 있음이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지각의 움직임을 보면 안정권이라는 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모습이다. 지하 깊은 곳이 아닌 70㎞ 미만 깊이의 얕은 진원지를 가진 지진은 그 진동이 더 커서 강도가 낮은 지진이라도 피해상황이 크다. 우리나라에 일어나는 지진이 그렇다. 피해상황을 보면 진도 5 수준이 아닌 듯 피해가 큰 이유이다. 건축물들이 내진설계가 되지 못하고 자재들의 부실을 말하기 전에 우리의 처한 상황이 이렇다. 이제 더 이상 지진에 안전한 땅이 못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당장 땅에 대해 전문적으로 아는 사람이 없다. 지진의 예측이 힘들다지만 이를 예측 하려면 우리나라의 지하의 지층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상황파악이 돼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연구가 없다. 첨단의 장비로 지하 상황을 체크하고 예측한다 해도 돌발 상황이 일어나는 판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상황 점검마저 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눈을 감은 채 재앙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표면 위에 집과 빌딩들은 사람들이 생활하는 기반이 된다. 또한 수많은 공장들은 다양한 물질을 취급해 만일의 상황에 유독물질이 유출되면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사람과 자연에게 줄 수도 있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됐던 원자력 발전소가 그렇다. 인류를 위해 너무도 편한 에너지 공급원이긴 하지만 만에 하나 방사능이 외부로 유출되면 평생이 아닌 다음세대 그 다음세대에도 그 땅에 생명체를 기대할 수 없는 사지로 만들어 버리니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

우리나라가 지진에 안전하지 못하다면 해안을 따라 지어진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도 고려돼야 하는 것이다. 진도가 낮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란 말이다. 진도 7 이상 돼야 피해 상황이 우려된다는 말은 이론이다. 실제로 이렇게 얕은 지진에 건물의 파손이 이 정도라면 원자력 발전소 역시 그 피해도가 예측하는 상황보다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이라도 우리나라 지반을 연구할 연구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오래전 역사책에서 언급된 강력한 지진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 실존했던 지진이다. 그동안은 휴지기였고 다시 활동기로 들어서는 시작일지도 모르니 새로이 다지기를 해야 한다.

돈이 되는 학문에 학생들도 투자가도 몰리는 현실이지만 그 현실의 가장 베이스가 땅이니 전문적인 지진연구, 땅의 생태를 연구하며 예측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국민과 국가 안전을 위해 국가차원의 지진연구센터가 설립돼야 하며 국내외 유수의 학자와의 교류 또한 필요하다. 그래야 강진이 온다면 최소한 사람의 대피라도 이루어지도록 하며 피해상황을 줄여볼 수 있을 것이다. 지진의 특성상 한번 나면 지속적 흔들림으로 여진이 난다. 여진은 그만큼 지반을 흔들며 지표면의 단층을 이동시키니 상황은 유동적인 것이 된다. 한반도도 이제 지진의 활동영역에 들었으니 백년, 천년을 바라보며 안전에 기반을 둔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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